싸이월드 유현오 사장 “싸이질하며 새아이디어 찾죠”

  • 입력 2004년 10월 17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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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오 사장은 매월 2차례 정도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장실에 들어와 주제 없이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집무실의 크고 둥근 탁자에는 10명 정도가 함께 앉을 수 있지만 찾아오는 직원들이 많아 자리가 늘 부족하다. 원대연기자
유현오 사장은 매월 2차례 정도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장실에 들어와 주제 없이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집무실의 크고 둥근 탁자에는 10명 정도가 함께 앉을 수 있지만 찾아오는 직원들이 많아 자리가 늘 부족하다. 원대연기자
“도토리가 없어 미안하다. 다람쥐야.”

유현오(兪賢午·44)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써 있는 말이다.

싸이월드의 가상화폐로 쓰이는 도토리를 너무 많이 팔아 다람쥐의 먹을 몫도 남겨두지 못해 미안하다는 농담이다.

싸이월드는 최근 가입자가 1000만명이 넘어 화제가 된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로 유 사장은 올해 3월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으로 부임했다.

SK텔레콤 경영전략실에서 근무했던 그는 SK텔레콤 초창기부터 실무를 담당했던 정보통신 전문가. 정보통신과 뉴미디어를 주제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얻었다.

40대 중반인 유 사장은 최근 20대의 90%가 사용한다는 ‘싸이질’(싸이월드를 사용한다는 통신용어)에 흠뻑 빠져있다. 20대를 이해해야 통신 사업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 사장의 미니홈피에는 취업준비생부터 회사 중역들까지 하루 100여명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본인과 직원, 가족의 사진을 직접 찾아 올리는 사장의 모습에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방문객도 적지 않다.

싸이월드와 함께 국산 메신저로는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네이트온 메신저’ 등의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유 사장은 “앞으로 SK텔레콤의 성장은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이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도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통화요금 인하 압력도 그치지 않는 이동통신 사업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

SK커뮤니케이션즈는 SK텔레콤의 자(子)회사다. 유 사장이 SK텔레콤 인터넷 전략본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인터넷이 SK텔레콤의 미래 사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세우면서 만들어졌다.

그는 “싸이월드를 즐기는 사용자들은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싸이월드도 쉽게 즐길 수 있다”며 “이미 유선인터넷으로 싸이월드를 사용하던 사용자 중 많은 수가 휴대전화를 통해 모바일 싸이월드를 사용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 사장의 또 다른 꿈은 해외 진출이다. 그는 최근 일본에 법인을 설립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터넷기업 NHN의 행보에 관심이 많다. NHN의 검색포털 ‘네이버’와 게임포털 ‘한게임’ 등이 외국에서 성공하면 적극적으로 그 노하우를 배울 계획이다.

비정기적으로 직원들에게 사장실을 개방하는 ‘티타임’ 시간도 젊은 직원들을 이해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이 시간에 직원들은 아무나 사장실에 찾아가 유 사장과 차를 마시며 주제 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사장실이 붐벼 직원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까지 생길 정도다.

유 사장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유공(현 SK주식회사)에 취직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1990년 SK그룹이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계획을 세우자 SK텔레콤으로 갈 것을 자원했다.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던 것.

그의 첫 번째 도전은 성공했다. 지금 그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인터넷 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그는 “앞으로 인터넷과 이동통신이 결합하면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에 가장 먼저 도전하고 있다는 흥분이 피로를 잊게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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