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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8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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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퇴르유업 한경택(韓鏡澤·57·사진)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8일 “가격 경쟁이 심한 국내에선 더 이상 수익률을 높일 수 없다”며 해외 진출 의지를 밝혔다.
그는 현재 적자인 파스퇴르 사정이 흑자로 돌아서면 △수출 품목 △수출 시기 △중국 판매법인 설립 여부를 본격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국내 우유회사가 수출에 나선 적은 없다.
한 사장은 한국야쿠르트 상무로 있다가 6월 24일 파스퇴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한국야쿠르트 최고경영진은 파스퇴르를 인수한 뒤 CEO 선임을 놓고 고심하다가 한 사장을 ‘낙점’했다.
한국야쿠르트에서 25년간 일한 그는 실력과 조직 충성도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홍보 및 마케팅 담당 이사를 맡으며 가장 성공한 ‘기능성 요구르트’로 꼽히는 ‘윌’의 파격적 성공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2000년 9월 당시 이사였던 한 사장은 ‘윌’ 시판 직전까지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전혀 다른 요구르트’ ‘약 같은 요구르트’란 점만 강조했다.
제품이 시장에 나오자 그는 ‘나서지 않는 회사 문화’에서 벗어나 파격적으로 CEO까지 ‘출전’시킨 대대적인 광고에 나섰다. ‘윌’은 출시 한 달 만에 하루 평균 판매량 30만병이란 경이적 기록을 세웠다. 윌의 성공적 마케팅의 공을 인정받아 얼마 뒤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회사 CEO로 영전했다. 한 사장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한때 출판회사에 다녔던 ‘문학청년’이었다. 그러나 우유회사 ‘홍보맨’으로 변신이 워낙 완벽해 이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이번 인수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업종이 비슷하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면서 두 회사 연구 인력이 힘을 합치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취임 후 파스퇴르 연구조직을 생산 부문에서 완전 분리했다. 연구원들이 ‘이런 제품을 개발해도 실제 만들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 혁신적 제품이 나올 수 없다는 판단 때문.
강원 횡성의 파스퇴르 본사에서 일하는 한 사장은 현재 250개인 대리점 수가 500개는 돼야 효율적 유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50억원 안팎 순손실이 예상되는 파스퇴르의 수익구조를 빨리 개선하는 것도 과제다. 파스퇴르는 10일 새 유기농 분유를 선보인다. 한 사장은 “소비자가 가장 좋은 재료로 유기농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인정할 때가 바로 파스퇴르의 회생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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