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사람 원합니다]<3>유통·식음료업계

  • 입력 2004년 6월 16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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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원하는 사람과 해태제과가 원하는 사람은 분명히 다릅니다. 식품업계 지원자는 소비자의 일상생활에 관심이 많고 변화에 민감해야 합니다.”(신호철 해태제과 인사팀장)

“유통업은 기본적으로 장사하는 곳입니다. 적극적이어야 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서비스정신을 갖춰야 합니다.”(정기석 롯데쇼핑 인사담당 전무)

유통·식음료업은 주로 국내 소비자를 상대하기 때문에 내수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인지 올해 채용 전망이 썩 밝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업종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어떤 부문 얼마나 뽑나=유통·식음료 업계의 주요 모집 분야는 영업 판매직이 많다. 영업직은 이직률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수시채용이 활발하다.

온라인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 최승은 팀장은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비정규직에서 일단 경험을 쌓아 정규직에 도전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공계보다 인문계 채용이 많은 것도 특징. 인문계 채용비율이 70∼80%에 달한다.

유통·식음료업은 창의성과 소비자의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을 중요시한다. 샘표식품은 2001년부터 신입사원 채용 때 요리면접을 하고 있다. 4, 5명이 한 팀을 이뤄 주어진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원자의 공동체 정신, 창의성 등을 심사한다. 사진제공 샘표식품

신호철 해태제과 인사팀장은 “마케팅이나 재경직을 생각한다면 부전공으로라도 경영학을 공부해 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인문계 여성이라면 유통·식음료 업계를 공략할 만하다. 여성 채용비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인크루트가 최근 조사한 ‘여성 채용현황’에 따르면 유통업의 여성 채용비율은 44%로 전 업종에서 가장 높았고 외식 음료도 32.6%가 여성이었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여성 채용비율은 85%나 됐다.

헬로잡(www.hellojob.com)이 최근 식품업체 24개사를 조사한 결과 하반기 채용 예정인원은 모두 118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50.7% 줄어든 것이다.

유통업체 14개사는 지난해 수준인 320여명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4년제 대졸자 비중을 줄이는 경향이어서 대졸자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창조적 인재가 필요하다=전자 정보통신업종이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라면 유통·식음료 업종은 ‘호수 위의 백조’에 비유된다. 겉으로는 고요해 보여도 물밑으로는 끊임없이 발짓하고 있는 백조처럼 이 업종도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하면 금방 도태되기 때문이다.

유통·식음료업계는 제품의 종류가 많고 국민 모두가 고객이다. 소비자의 취향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제품의 평균수명도 짧다. 따라서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지속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때문에 채용과정에서도 ‘창의성’이 주요 평가 기준이다.

‘저를 버리십시오.’

지난해 해태제과에 지원한 한 수험생의 자기소개서는 뜬금없이 자기를 버리라는 말로 시작됐다. 눈이 번뜩 뜨인 심사위원들이 읽어 내려가니 ‘자신과 같은 인재를 버리면 귀사는 후회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신 팀장은 “요즘도 ‘언제 어디서 1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일대기식 자기소개서가 많다”면서 “자기소개서 첫 부분에서 평가자를 사로잡는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 수험생은 학교나 학점 등 다른 조건은 썩 좋지 않았지만 독특한 자기소개서 때문에 면접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며 “면접을 해보니 무척 창의적이고 생각도 올곧았다”고 회상했다.

면접에서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수험생의 창의성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맨홀 뚜껑이 둥근 이유’,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방법’ 등 정답이 없는 엉뚱한 질문을 던져 지원자의 창의성을 평가한다.

“학점이 형편없는데 학교 다니면서 공부 안하고 뭐했어요?”

정기석 롯데쇼핑 전무는 면접 때 일부러 자극적인 질문을 1, 2개 던진다.

정 전무는 “왜 공부를 안 했는지를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수험생의 마음이 열려있는지를 테스트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존심 상하는 질문에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얼마나 유연하고 재치 있게 대처하는지를 본다는 것.

▽지원자의 이런 점이 아쉽다=정 전무는 “취업난이 심해서인지 요즘 젊은이들이 오히려 너무 윗사람 눈치를 본다”면서 “업체들도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조직문화로 바뀌고 있다. 젊음의 특권인 참신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병권 해태제과 기업홍보부장은 “요즘 지원자들은 900점은 기본일 정도로 토익 점수는 높지만 인문적 소양이 너무 부족하다”라며 “대학 4년간 영어 시험공부만 한 것 같은 지원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면접에서 ‘상사가 잘못된 지시를 내리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지원자들이 ‘그래도 상사가 나보다 경험이 많고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 듣고 보겠다’고 답해 실망했다”며 “우리는 소신껏 ‘아니요’라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 많아=유통업은 제조 금융 등 일반 기업체와 일의 성격은 물론 근무시간도 다른 편이다.

백화점 매장 직원의 경우 평균적으로 오전 9시 반경 출근해 오후 9시경 퇴근한다. 주말과 휴일이 가장 바쁘고 영업도 가장 잘 되는 날이기 때문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평일 ‘대휴’를 사용해 쉰다. 남들이 쉴 때 일하고 남들이 일할 때 쉬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

유통·식음료업계 대졸 신입 연봉은 2000만∼2700만원선이다.

유통 식음료 분야 주요기업 하반기 채용계획 - 자료:각 업체
회사채용인원채용시기선발절차문의
롯데그룹약 500명
(백화점 100명, 할인점 50명 포함)
10월 초부터서류, 면접www.lotteshopping.com
신세계120∼150명수시(10월 말∼12월)서류, 면접job.shinsegae.com
한화유통약 10명미정서류, 면접www.hanwha.co.kr
훼미리마트80명11월 초서류, 면접, 인성·적성 검사528-7011, taemoo@familymart.co.kr
아웃백약 280명
(매장직)
수시서류, 면접www.outback.co.kr
CJ240명(대졸 신입100명, 현장직·경력직 140명)9월 말∼10월 초직무소개, 입사지원, 서류전형, BJI테스트 및 인지능력 검사, 역량면접, 신체검사www.cj.net
해태제과일반직 50명,
영업직 150명
공채+수시서류, 면접www.ht.co.kr
대상농장10명 미만수시서류, 면접www.daesangfarm.co.kr
빙그레40∼50명수시(10월 말∼11월)서류, 1·2차 면접www.bing.co.kr
동원엔터프라이즈70명수시서류, 면접www.dongwon.com
오리온 프리토레이약간명수시서류, 면접www.ofl.co.kr
매일유업10명수시서류, 면접www.maeil.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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