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편법’ 사라진다…건교부, 소형 평형 의무비율 개정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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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평형 177가구, 44평형 21가구, 49평형 29가구, 54평형 14가구.’

올해 2월 초 서울 2차 동시분양 때 H건설회사가 강남구 역삼동에서 일반분양한 재건축 아파트의 평형 구성이다.

전체 541가구인 이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 분양분 241가구를 제외한 조합원분 300가구는 전부 44∼54평형. 결국 이 재건축 아파트에는 20∼30평형대는 단 한 가구도 없다.

분명히 기형적인 아파트 공급 비율이지만 이 재건축 아파트가 정부의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정부는 중소 서민을 위한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서울과 인천, 경기 의정부 성남 등 과밀억제권역에서 재건축을 할 때는 전체 건축 가구 가운데 소형 평형을 일정 비율 이상 짓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9·5대책 이전에 사업 승인을 받은 재건축은 전용면적 18평 이하의 아파트를 30% 이상 건설하도록 규정했다.

9·5대책 이후에는 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더 늘렸다. 전체 가구 수가 300가구가 넘는 재건축단지에서는 △전용면적 18평 이하 아파트는 전체 가구 수의 20% 이상 △전용면적 18평 초과 25.7평 이하는 40% 이상 △전용면적 25.7평 초과는 40%까지 짓도록 했다.

또 20∼300가구 재건축 단지에서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를 전체가구의 60% 이상 지어야 한다. 나머지 가구 수에 대해서는 어떤 평형을 지어도 상관없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평형이 클수록 인기가 높다. 이에 따라 건설회사들이 법의 허점을 활용해 10평형대 소형 아파트로 소형 평형 건축의무 비율을 맞춘 다음 껑충 뛰어 40평형대 이상을 짓는 편법이 성행한다. 결국 탁상행정식 정부 정책과 제도적 맹점을 이용한 건설업계의 ‘자구책’으로 아파트 평형 구성이 극히 기형적으로 된 셈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서울 강남지역에서 공급됐거나 앞으로 공급될 재건축 아파트의 절반 이상(3400여가구 중 1800여가구)이 10평형대 초소형 아파트로 지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22일 이 같은 편법이 극성을 부리면 재건축 지역의 아파트 구성이 비정상이 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최소 평형 기준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소형 평형을 막연하게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평 이상’으로 아예 못을 박아두는 방식이다.

아직 구체적인 최소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최근처럼 10평형대가 대규모로 공급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 한창섭 주거환경과장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개정 방안이 확정되면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 상정해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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