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기 가계대출 105조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전체 은행의 가계대출이 105조원으로 작년 말 현재 전체 대출 잔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기회복 지연으로 기업대출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지난달 가계대출은 4개월 만에 최대의 증가폭을 나타냈다.

금융계에서는 가계 대출이 다시 늘고 만기가 갈수록 단기화하고 있어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계대출 만기 단기화 심화=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년 만에 만기가 돌아오는 가계 대출이 작년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 252조9000억원의 41.6%에 달했다. 이는 만기 1년 이하의 가계대출 비중이 35.3%였던 1년 전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가계대출 만기의 단기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자금 대출의 1년 이하 만기 비중도 작년 말 현재 27.7%로 2002년 말의 18.7%보다 높아졌다.

김중회(金重會) 금감원 부원장은 "2001년과 2002년에 급증한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상당 부분의 만기가 올해에 집중됐다"며 "은행들이 만기가 된 가계대출을 보통 1년 이하 등 일률적으로 연장하고 있어 특정 시점이 되면 다시 만기가 집중돼 금융시장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가계대출 만기 구조를 다양화하는 방안을 은행들과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다만 작년에 만기가 돌아온 가계 대출의 연장률이 88.3%에 이르고 이 같은 추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신용이 정상인 고객은 만기 연장에 애로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대출 부진 속 가계대출만 늘어=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254조9912억원으로 1월 말에 비해 2조6674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4조2594억원이 늘어난 작년 10월 이후 4개월 만에 최대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2월 말 현재 154조6661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조1790억원이 늘어나 증가 폭이 1월의 7990억원보다 확대됐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31조3922억원으로 1월 말보다 4681억원이 줄었고 중소기업 대출은 232조6170억원으로 1조8324억원 증가에 그쳤다. 또 2월에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이 각각 5678억원과 4770억원의 순상환을 나타내는 등 기업들이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보다는 채무 상환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