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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13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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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업계가 신임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발언과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부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신용카드 문제를 거론하면서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지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체 관계자는 “이 부총리가 카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고 푸느냐에 따라 LG카드, 삼성카드 등 많은 적자를 내고 있는 카드사들의 운명이 완전히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부총리가 외환위기 이후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있을 때 부실 금융기관 처리 과정에서 보여줬던 ‘결단력’을 다시 선보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총리가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정부의 방침으로 산업은행 위탁경영을 받게 된 LG카드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
반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경제부총리의 등장으로 LG카드 회생과 카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카드 관계자는 “이 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시장은 철없는 어린아이들의 놀이터가 아니다’라며 금융기관들의 책임을 강조한 만큼 LG카드 회생에 비협조적이던 채권단들의 움직임이 달라질 것이며 다른 채권단의 동요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 당국자는 “원칙을 강조하는 이 부총리의 성격상 금융기관이나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장 카드정책의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며 시간을 두고 신용불량자 제도의 대폭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의 ‘카드사용 권장정책’과 관련해 이 부총리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경기를 띄우기 위한 DJ 정부의 ‘카드규제 완화 남발’은 카드사 부실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 부총리는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영업 확대를 불러온 ‘주업무 취급비중 50% 제한’ 폐지(1999년 2월) 때 금감위원장이었다. 카드업체의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99년 5월)와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제도 도입(99년 8월) 때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또 그가 재경부 장관에 취임한 2000년 1월에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가 시행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이 부총리도 신용카드 책임 문제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시 ‘카드 띄우기’는 DJ 정부의 경제정책 실세(實勢)였던 일부 인사가 주도했으며 이 부총리는 수동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이 부총리는 12일 취임인사차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자민련 등 각 정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신용불량자에 대한 대책을 요구받고 “가능한 한 최단 시일 안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 고위 당국자는 “신용불량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하면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李부총리 '파격' ▼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가 취임 후 잇달아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부총리는 자택에 배달됐던 취임 축하 난(蘭) 화분 30여개를 팔아서 불우이웃돕기에 쓰라고 13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난 화분을 개당 2만원씩에 판매했다. 개당 10만∼20만원씩 하는 고급 난이 2만원에 나오자 불과 10분 만에 다 팔렸다.
이 부총리는 임명 발표가 난 직후 비서실에 “청사 집무실로 오는 축하 난은 일절 받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는 또 11일 취임식을 생략하고 열었던 첫 간부회의 석상에서는 자리를 지정하지 말고 오는 순서대로 앉도록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앞으로는 담당 국장이 꼭 보고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과장, 급하면 사무관도 직접 부총리실에 들어와서 보고하라”는 지시도 했다.
복장도 정장을 고집하지 말고, 평일에도 ‘혐오스러울 정도가 아닌 한도’ 내에서 ‘노타이’ 차림의 캐주얼 복장을 권장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 부총리는 2000년 재경부 장관으로 일할 때도 토요일 캐주얼 복장 근무를 권장했으나 잘 이뤄지지 않았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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