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소버린 이사진 구성 명망가 대결…후보추천맞서 자문단 선정

  • 입력 2004년 2월 3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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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이사진 구성을 놓고 SK㈜와 2대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의 일전이 시작됐다.

이사회는 기업의 실질적인 최고의사결정기구이기 때문에 이곳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SK그룹 경영권의 향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SK㈜는 3일 이승윤(李承潤) 전 경제부총리, 유장희(柳莊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양만기(梁萬基) 투자신탁협회장, 정광선(鄭光善)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원장, 최도성(崔道成)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 5명을 사외이사 추천 자문위원으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인선작업에 들어갔다.

자문단은 회사측과 소액주주 등으로부터 이사후보를 추천받아 2월 중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소버린은 조동성(趙東成) 서울대 교수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명망가 5명을 이사후보로 추천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결국 SK㈜가 소버린 추천후보를 얼마나 수용할지가 관건이며 양측간에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3월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은 피할 수 없다.

한편 참여연대 김상조(金尙祖)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소버린의 추천후보는 최태원(崔泰源) 회장을 몰아내겠다는 의도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며 “더욱이 6명이 아닌 5명을 추천한 것은 소버린이 적절한 이사후보를 찾는데 실패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조동성 교수,“최회장 체제 유지… 지배구조 개선 중점”▼

소버린에 의해 SK㈜ 사외이사로 추천된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사진)는 2일 소버린과 최태원(崔泰源) 회장측이 앞으로 최 회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관개정 등 제도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쪽으로 타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국CEO포럼 모임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최 회장보다 경영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최 회장이 경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소버린측이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이사회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은 최 회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고 큰 틀에서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버린에 SK㈜의 분식은 과거의 유산이라는 점을 잘 설명하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지배구조 개선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소버린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투자기업이지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아니다”며 “소버린측에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제스처로 이사 후보를 6명 대신 5명만 지명하라고 제안했고, 소버린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정광선 원장,“주주 이익 우선… 소버린 후보에도 개방”▼

SK㈜의 사외이사 추천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정광선 기업지배구조개선 지원센터 원장(사진)은 “SK㈜가 기업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소버린 추천 후보를 최대한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3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문성, 독립성, 사회적으로 신망 받는 인사라는 추천기준에 비춰볼 때 소버린의 후보 5명은 상당히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외이사가 일단 이사회에 들어가면 SK그룹이나 소버린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보다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자신의 사회적 명성을 걸고 일할 수 있는 인사를 추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SK㈜가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어려움이 있겠지만 시행시기를 앞당겨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외이사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이면 최고경영자와 재무 및 운영담당 임원을 제외한 나머지 임원을 사외이사로 채운다는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원장은 “SK㈜와 소버린, 소액주주, 자문단 등에서 추천한 후보를 심사해 2월 중에는 사외이사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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