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인데…” 유통업 광우병 비상…미국산 판매 전면중단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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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믿어줄까?’ 미국발 광우병 파동이 지속되면서 쇠고기 관련 음식점들의 근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28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맥도날드의 텅 빈 매장에서 한 직원이 ‘호주 청정우’를 사용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변영욱기자
‘이렇게 하면 믿어줄까?’ 미국발 광우병 파동이 지속되면서 쇠고기 관련 음식점들의 근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28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맥도날드의 텅 빈 매장에서 한 직원이 ‘호주 청정우’를 사용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변영욱기자
광우병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높아지면서 유통업체들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이미 확보한 미국산 쇠고기 처리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며칠 전 광우병 파동이 시작됐을 때는 일단 보관했다가 다시 팔겠다는 방침이었으나 공식 수입금지 조치가 취해진 지금은 자체 폐기까지 거론된다.“살코기는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소비자 불신이 계속되는 한 다시 판매대에 미국산 쇠고기를 올리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대형 할인점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서울 동대문점은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광우병 발생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미국산 쇠고기를 반값에 떨이 판매했다가 이를 모르고 산 고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신세계이마트는 미국산 쇠고기 60t가량을 재고로 갖고 있다. 냉동 쇠고기는 1년간, 냉장 쇠고기는 석 달간 보관이 가능해 일단 더 지켜볼 생각이지만 재판매가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수입금지 조치가 완화되더라도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손을 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역시 미국산 쇠고기 재고 물량을 어떻게 처리할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설 대목 준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통업체들은 미국산 쇠고기로 만드는 수입 정육 세트 제작을 중단하고 크리스마스 직전에 완성된 카탈로그 내용을 수정하기에 바쁘다.

백화점 업계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 세트, 수산물 세트를 강화하고 올해 유행이 된 웰빙(Well-being·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 상품을 늘려 광우병 파동이 신년 초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소가 태어날 때부터 가공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전자칩에 입력해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우리얼 한우’를 적극 알리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직영 육가공 공장에서 만든 한우 후레시육 세트 등을 주력 상품으로 내놨다.

한편 농림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2월 24일까지 수입한 미국산 쇠고기 중 내장과 척추 등 특정위험물질(SRM) 부위는 4만4387t. 이 가운데 광우병이 발생한 미 워싱턴주 물량은 5556t이다.

농림부는 이 가운데 아직 소비되지 않은 SRM 중 수입업체 등이 보유 중이던 유통물량 38t과 검역창고나 보세구역 내 창고에 보관 중인 2309t 등 2347t을 확인, 봉인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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