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 "지켜보자" "투쟁하자"…한나라 탈출구 찾기 분주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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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대선자금 비리 정국의 탈출구를 찾느라 고심 중이다.

최근 당 내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방안은 당이 자체 조사한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와 모금 경위 등을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밝히자는 것이다.

그러나 10일부터 '일단 소나기부터 피하고 보자'는 관망론과 대선자금 비리 특검 추진 등을 통해 정면 돌파하자는 주전론(主戰論)이 가세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양상이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저녁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송년미사에 참석한 뒤 대선자금 특검 추진 여부에 관해 "일단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 그러나 결과가 합리적이 못하면 그 다음 수순은 뻔하지 않느냐"며 검찰 수사가 끝날 때까진 특검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최 대표는 이날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열린 월하스님 다비식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가 아직 파악이 안됐지만 알아보고 충분히 논의한 뒤 그 전모를 밝힐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그동안 이같은 '고백성사' 카드는 자숙하는 모습을 통해 비난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고, 불법 대선자금의 책임을 대선 당시 지도부로 돌려 현 지도부의 면책론을 주장할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법 대선자금에 연루된 인사들을 자연스럽게 '물갈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전현 지도부가 상대편을 비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대선 당시 당 대표였던 서청원(徐淸源) 의원은 9일 의원총회에서 "몇 명이서 당을 사당(私黨)화 하려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현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에 최 대표는 10일 통도사에서 "뭐가 사당화란 거냐" "서청원 왜 그러는 거야"라며 거친 말을 쏟아냈다. 최 대표는 "누가 헛소리하든지간에 한나라당이 최아무개 사당으로 가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보라"는 말도 했다.

한편 당내 일부에서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나 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당명 변경 등 재창당을 통해 정국의 흐름을 돌려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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