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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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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원풍모방 노조지부장을 지내는 등 노동운동가로 이름을 날렸던 방용석(方鏞錫) 전 노동부 장관은 꼬일 대로 꼬인 노-정(勞-政)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계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를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노동운동 방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노동전문가들은 노-정 대결구도를 풀기 위해서는 노동계가 대화의 틀 안에 들어와 정책 형성에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노동운동=김장호(金章鎬)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은 노동단체 지도자의 용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투쟁으로 일관하는 노동운동 체질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것.
그는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내년 초 위원장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합리적 운동은 엄두도 낼 수 없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하며 “이런 때 지도자가 대화의 틀에 참여하자는 결단을 내리면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덕(李源德)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노동운동의 무게중심은 많은 임금과 유리한 근로조건을 따내는 데서 생산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높이는 쪽으로 옮아가고 있다”며 “노동단체가 거리로 뛰쳐나갈 게 아니라 합법적인 장(場)에서 정책에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선수(金善洙) 사무총장도 “노동계의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너무 조급한 측면이 있다”면서 “노사정이 서로 믿지 못하면 꼬인 실타래를 결코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손해배상 가압류 남용 억제=정부는 근로자 급여의 절반 이상을 압류하지 못하게 한 현행 민사집행법에 더해 최저임금 및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고 노동조합비의 일부도 압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선(李銑)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은 “현재 논의 중인 노사관계법제도선진화방안(로드맵) 29개 항목 중 손배 가압류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손배와 가압류 문제는 제도만 바꾼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라며 “갈등 대립적인 노사 및 노정간 교섭구조가 협력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총장은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남용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노동관계법과 법원의 판단이 쟁의 행위의 정당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 전 장관은 “손배 가압류 남용을 억제하라는 노동계의 요구는 불법파업을 정당화해달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일축하며 “이보다는 노조원에게 신원보증을 선 사람에게까지 과도한 책임을 묻는 폐단을 바로잡는 것이 급하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개선=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남용을 어떤 식으로든 막아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공감했다.
이원덕 원장은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은 애사심이 강한 우수한 인적자원을 다수 확보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은 문제”라며 “서면 근로계약을 의무화해 비정규직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 전 장관은 정권 출범을 전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약속한 정부에 화살을 날렸다. 그는 “정부가 개별사업장의 임금 수준에 대해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비정규직을 위한다면 법정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 손해배상 가압류제도 관련 각계 주장 | ||||
| 노동계 | 경영계 | 의원입법안 | 정부 방침 |
| 쟁의행위합법성 | 노조법을 개정해 지금보다 확대할 필요 | 현행 유지 | ― | -절차규정 완화-노조활동에 관한 파업도 합법으로 인정 |
| 손해배상책임 | 폭력 파괴행위를 수반한 불법파업만 책임 |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 가압류는 정당한 권리이며 최소한의 자구조치 | 신원보증인 책임을 사기 절도 강도 횡령 배임 등에 따른 손해로 한정 | 신원보증인 책임범위 제한 필요 |
| 압류가압류 |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와 관련, 가압류 금지 |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 가압류는 정당한 권리이며 최소한의 자구조치 | 급여의 절반은 압류를 금지하되 잔여액이 최저임금에 못 미칠 때는 최저임금 보장 | -최저임금 또는 최저생계비 보호-노동조합비의 일정부분 (2분의 1 또는 3분의 1) 압류 금지-법원 가압류 결정시 변론기회 부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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