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웅 의원 "SK서 100억 받았다"]“사정한파 오나”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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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수수 시인으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몸 낮추기’에 들어갔다.

이번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한나라당은 물론이거니와 민주당과 통합신당 역시 대선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비자금 수사가 대선자금 차원에서 개별 정치인의 비리 혐의로 초점이 옮겨질 경우 정치권은 사정한파에 휩싸일 수도 있다.

민주당과 통합신당은 “정치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검찰 수사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지만 양당의 반응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먼저 민주당은 “비자금 사용처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면서도 검찰 수사가 2000년 총선 자금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김성순(金聖順) 대변인은 논평에서 “최 의원의 100억원 수수는 이미 예상했다”며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사조직으로 흘러갔다는 의혹도 제기된 만큼 비자금의 규모와 전달 경위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이 SK비자금이 2000년 총선 자금으로 유입됐는지도 수사하겠다는데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동시에 ‘부패 세력’으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천(朴相千) 대표의 한 측근도 “검찰이 한나라당에만 칼을 겨누겠느냐”고 말해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통합신당은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라며 검찰의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주문했다.

이평수(李枰秀) 공보실장은 “최 의원의 비자금 수수 시인에 허탈하고 충격적이다”며 “검찰의 수사를 높이 평가하며 검찰은 모든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해 정치 부패의 끝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초선 의원은 “한나라당 이 전 총재가 재신임 정국이라는 미묘한 시점에 귀국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한데 이 전 총재는 SK비자금 수수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부터 먼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룡의원 출두 거부키로▼

한편 한나라당은 21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자금 전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95년 지방선거 당시 당 사무총장이었던 김덕룡(金德龍) 의원에 대한 검찰의 출두 요청을 거부키로 했다.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법률지원단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검찰이 ‘안풍(安風)’사건과 관련해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기조실장을 기소할 때 안기부 자금 전용 혐의도 적용했으면서도 지금까지 김 의원을 조사하거나 기소하지 않은 것은 혐의가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출두요청 거부 입장을 밝혔다. 심 단장은 “검찰이 이제 와서 김 의원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내년 총선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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