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입주권 불법거래…투자한돈 떼일수 있어

  • 입력 2003년 10월 9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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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5000만원짜리 집이 4억5000만원에 팔리고 있다면?’

믿기 어렵지만 서울 마포구 상암지구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최모씨(35)는 올 초 상암지구 3단지에 들어갈 수 있는 33평형 입주권을 2억6000만원에 구입했다. 입주권이란 택지개발사업이나 도시계획사업 등으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주거를 상실하는 사람이 해당 지구에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

분양가 1억9000만원을 합하면 최씨는 4억5000만원에 33평형 아파트를 구입한 셈이다.

문제의 발단은 입주권 프리미엄이었다. 3년 전 3000만원에 불과하던 33평형 입주권은 올 초 1억8000만원으로 뛰었고 입주를 앞둔 지난달에는 3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원주민 입장에서는 당초 거래가격보다 10배 이상 뛴 셈.

이렇게 되자 원주민이 등기이전을 거부하겠다며 웃돈을 요구하고 나섰다.입주권 거래는 불법이다. 이 때문에 서류상으로는 입주권이 아직 원주민 소유로 분양 계약금이나 중도금 역시 원주민을 통해 대납하는 형태다. 원주민은 또 “즉시 등기이전할 경우 거주 1년 미만 거래에 속해 양도세율이 36%까지 높아진다”며 1억여원의 양도소득세까지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최씨가 구입한 입주권은 이미 10여 차례 ‘손 바뀜’을 거친 뒤다. 여러 매입자들을 거치면서 붙은 프리미엄은 모두 이전 사람들이 챙겼다. 최씨가 웃돈에 양도세까지 부담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고민하던 최씨는 산 가격에 입주권을 내놓았다. 워낙 골치 아픈 물건이어서 살 사람이 있을지 불투명하다.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분양팀 김민 과장은 “입주권 불법 거래 사실이 발각되면 입주권리가 박탈돼 투자한 돈을 떼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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