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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22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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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최 회장 구속 이후 전경련 손길승 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돼 왔으나 계열사간 의견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위기 관리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최 회장이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그룹 내에 친정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 회장과 손 회장의 SK㈜ 이사직 사퇴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소버린이 최대주주로 버티고 있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SK텔레콤 이노종 기업문화실장은 “SK㈜ 회장이라는 최 회장의 직위는 변함이 없다. 당분간 심신 안정을 위해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채권단도 “최 회장이 석방 이후 경영 일선에 나서지 말고 조용히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전달했다.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돼 유죄판결을 받은 최 회장이 곧바로 경영에 복귀하면 사회 여론이 나빠지고 대검찰청의 SK해운 비자금 수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하지만 최 회장이 재판 과정에서 SK네트웍스 사태 해결을 위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해 왔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회사 경영에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채권단과 약속했던 SK계열사 구조조정 등 전문경영인을 뛰어넘어 그룹 오너만이 결정할 수 있는 난제가 놓여 있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손 회장의 역할 재정립도 관심거리다. 최 회장이 표면으로 복귀하기 전까지는 투 톱(Two-Top)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SK그룹보다 전경련 업무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버린과 대타협 또는 표대결=최 회장의 경영 복귀를 가장 강하게 견제하는 세력은 소버린이다. 26일부터는 소버린이 SK㈜ 주식을 사들인지 6개월이 지나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이사해임건의 등 소수 주주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SK㈜ 이사회 개편을 위해 외국계 투신운용사, 국내 소액주주들과 함께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최 회장 석방을 결정한 배경에는 이러한 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SK㈜의 주주 구성을 보면 최 회장의 우호세력은 SK계열사 지분과 자사주를 포함해 23.5%다. 반면 소버린의 지분은 14.99%이며 여기에 헤르메스, 템플턴자산운용과 소액주주 지분을 합하면 20%에 근접한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소버린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SK㈜가 대주주인 소버린측 인사 몇 명을 이사회 멤버로 받아들이고 부실 계열사 지원 중단 등을 약속하면 소버린도 굳이 표 대결을 벌여 기업 가치를 훼손시킬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SK그룹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그룹의 구심점을 명확히 하고 자신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대폭적인 임원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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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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