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특별한 상품' 마케팅 바람

  • 입력 2003년 9월 7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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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를 위한 명품’이 뜨고 있다.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만족스러운 상품을 구입하겠다는 중산층 소비자를 겨냥한 ‘대중적 명품(Luxury for the Masses)’이 등장하고 있는 것. 최고급 자동차와 패션 브랜드도 저가 상품을 내놓고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은 중산층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에서뿐 아니다. 미국의 경영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4월호도 일반 대중이 즐기는 고급 상품을 ‘매스티지(Mass product+Prestige product)’라고 정의하고 이 상품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겐다즈의 아이스크림 매장인 ‘라이프 스타일’의 경기 성남시 분당점. 아이스크림 가격이 1파인트(473mL)에 7000원선으로 다른 아이스크림보다 30% 이상 비싸지만 유럽 카페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와 수준 높은 서비스로 인기가 높다. 사진제공 한국하겐다즈

▽다수가 즐기는 명품(名品)= ‘3000원짜리 병 커피, 2000원짜리 캔 녹차….’

편의점 LG25는 지난달부터 매장에서 일반 음료에 비해 2∼5배 비싼 커피, 주스, 맥주 등을 모아 파는 ‘프리미엄 존’을 운영했다. 20, 30대 소비자 사이에서 프리미엄 음료가 인기를 끌자 별도 코너를 마련한 것. 프리미엄 음료는 LG25의 커피, 녹차 등 ‘소프트드링크’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할 정도. LG25는 올해 프리미엄 음료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50% 정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 고급 가전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삶의 질을 따지는 주부들이 틀에 박힌 ‘백색’가전보다 인테리어 기능까지 갖춘 고급 가전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 특히 드럼세탁기는 2000년 전체 세탁기 시장의 2.2% 정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31% 정도로 커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피자 등에도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하겐다즈는 지난해 유럽의 카페 스타일의 아이스크림 매장인 ‘라이프 스타일’을 열었다. 한국피자헛은 2일 딱딱한 의자 대신 쿠션 의자를 들이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춘 고급 피자 전문점 ‘피자헛 플러스’를 열었다.

이관섭 한국피자헛 마케팅 이사는 “10∼20% 돈을 더 주고라도 서비스와 품질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게 최근 중산층의 소비성향”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 BMW 3시리즈 판매량
년도판매량(대)비율(%)
19984012.5
199922224
200043226.2
200165224
2002118923.3
비율은 BMW 전체 판매량에서 BMW 3시리즈가 차지하는 비율임. 3시리즈는 4500~5500만원으로 전체 BMW 승용차 가운데 저가 제품으로 꼽힘. 자료:BMW코리아

▽좀 싸지만 브랜드는 최고=명품업체들도 값을 낮춘 모델을 내놓고 중산층 소비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다수를 위한 특별한 상품’ 전략이다.

최고급 자동차 중의 하나인 BMW는 저가 모델인 ‘BMW 3시리즈’(4500만∼5500만원)를 판매하고 있다. 최고급 모델인 7시리즈의 1억1100만∼2억3500만원보다는 싸다. 1998년 3시리즈의 매출은 전체 BMW 한국 매출의 12.5%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23.3%로 올랐다.

‘대한민국 1%’라는 광고 문구로 ‘VIP마케팅’을 펼쳤던 렉스턴도 올해 제품 가격을 10∼20% 내린 이코노미 모델 ‘렉스턴 XJ290’을 선보였다.

수입 패션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경우 최고급 제품의 절반 정도의 값인 ‘엠포리오 아르마니’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전체 한국 매출에서 ‘엠포리오 아르마니’ 매출이 40% 정도를 차지한다.

신세계인터내셔널 조인영 과장은 “고가 브랜드이지만 중산층까지 타깃 소비자층을 넓히기 위해 한 브랜드 내에 여러 가지 하위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틈새시장이 열린다= 신세계 인터내셔널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 이탈리아 캐주얼 브랜드 ‘디젤’ 매장을 열고 1주일 만에 한달매출 목표액을 달성했다. 청바지 한 벌에 15만∼30만원에 이르지만 일반 청바지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

퍼스트뷰코리아 안원경 실장은 “최고가 패션 브랜드와 중저가 브랜드의 중간 정도 가격대의 ‘브리지 브랜드’가 새로운 틈새시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 선보인 디젤,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 폴앤조, DKNY, 바네사 브루노, 세븐진, 까사렐, 제이로즈로코 뉴욕, 스트레네스, 욥 등이 대표적인 브릿지 브랜드.

박용기자 parky@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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