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씨 회사 모포군납 특혜논란]'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

  • 입력 2003년 6월 20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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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부산 사하구 신평공단에 있는 창신섬유 공장의 신형 군용 모포 생산라인 주변에서 한 여직원이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최재호기자
20일 부산 사하구 신평공단에 있는 창신섬유 공장의 신형 군용 모포 생산라인 주변에서 한 여직원이 정리작업을 하고 있다.-최재호기자
창신섬유와 관련된 특혜 논란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국방부가 2001년에 담요 납품업체를 선정하면서 창신섬유에 유리하도록 응찰자격 기준을 높였는지와 △2002년 국방부 감사에서 적발됐지만 징계 처분의 강도를 낮춰 2003년에도 납품을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는지 여부.

▽2001년 담요 납품업체 선정 의혹=국방부는 2001년 담요 군납업체를 선정하는 입찰공고에서 △염색 가공 봉제 등 3개 분야에 7종류의 제조 장비와 △파열강도시험기 일광견뢰도기(탈색정도 시험장비) 등 4개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장비들은 창신섬유 외에 다른 모포 생산업체는 거의 갖추고 있지 않다.

실제 2001년 입찰에서 창신섬유는 약 7억원 상당(5만3000장)의 담요를 단독 납품했고, 2002년 입찰에서는 국방부에 등록된 조달업체 24곳 중 창신섬유와 W사만 선정됐다. 올 4월 입찰에 새로 참여한 3개 업체 모두 자격심사에서 탈락했다.

지금까지 자격심사를 통과한 업체는 창신섬유와 W사뿐인 셈인데, W사는 지난해 국방부 감사 결과 응찰제한 조치를 받았다는 이유로 올해 입찰을 포기한 상태.

업체 관계자들은 “국방부 품질검사를 어차피 거쳐야 하는데, 고가의 검사설비 구비 유무를 권장사항이 아닌 탈락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격기준을 만든 품질관리소측은 “국방부 기준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시설을 갖춘 업체들만 응찰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품질관리소는 2003년에는 염색기를 기준서에서 제외해 자격을 완화하기도 했다.

한편 창신섬유 강인원 이사는 “제대로 생산설비를 갖추지 않은 업체들이 달려들면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2002년 감사결과 처분=창신섬유는 2002년에 약 17억원어치의 담요(14만장)를 납품했으나 품질 불량으로 9월과 11월경에 두 차례 W사와 함께 국방부 감사를 받았다.

감사 결과 W사는 업종 등록일자를 위조했다는 이유로 수개월의 응찰제한 조치를 받았고, 창신섬유는 정전기가 많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8460만원의 ‘감액처분’을 받았다. 감액처분은 불량제품에 해당하는 가격만큼 계약금액에서 깎는 것.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감액 규모. 국가계약법상에는 계약금액의 6%(약 1억200만원)가 넘는 감액처분이 있으면 다음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응찰제한 조치’가 취해진다. 그러나 창신섬유는 처음에 1억원이 넘는 감액처분을 받았다가 이후 재조정 과정을 거쳐 응찰제한을 받지 않는 수준으로 금액이 낮아졌다.

이에 대해 품질관리소 관계자는 “창신섬유가 조달본부에 ‘이익까지 포함된 계약금액에 감액률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의를 제기해 다시 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의문점=창신섬유가 낸 벌금은 통상적인 감액처분 절차가 아니라 품질관리소가 거의 적용해 본 적이 없는 ‘사용자불만 복구 처리비용’으로 처리됐다. 일반적으로 감액처분은 품질관리소 규정에 따라 감액률 산정 방식이 상세히 규정돼 있고, 적용금액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체 계약금액으로 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국방부측이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다른 계산방법을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창신섬유 관계자는 감사 결과 조치가 ‘감액처분이었다’라고 밝힌 반면 품질관리소 관계자들은 “감사 결과에 따른 조치라 드물게 적용하는 ‘사용자불만 복구 처리 비용’으로 처리했다”고 말해 서로의 주장도 맞지 않는 상태다.

또 국방부는 담요의 재질을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과거 한일합섬이 독점적으로 납품했던 ‘독점 납품 체제’를 경쟁 납품 체제로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한일합섬 대신에 창신섬유가 독점을 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창신섬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의 경기 용인시 땅 1차 매입자인 강금원씨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로 1975년 설립돼 섬유의 염색 가공 및 원단생산 판매를 하는 업체. 경기 평택시에 본사를 두고 부산 사하구 신평동에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99년 ㈜캬라반을 설립해 패션분야에도 진출했다. 직원 수는 135명이고 매출액 규모 312억원, 자산 133억원으로 일본과 미국 유럽 등지에 섬유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군용모포 소재 바뀐 경위▼

군용 담요의 재질은 2001년 겨울 아크릴에서 폴리에스테르로 바뀌었다. 창신섬유가 폴리에스테르 담요를 새로 납품함으로써 20년 넘게 한일합섬이 독점 납품해 오던 아크릴 군용담요가 폴리에스테르로 교체됐던 것. 이런 사실은 당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국방부는 1996년경 군 담요가 무겁고 촉감이 안 좋으며 정전기가 심하고 화재시 독성물질이 나오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담요 재질 변경 사업을 시작했다가 98년 외환위기에 따른 예산삭감으로 사업이 연기되자 99년경부터 이를 다시 추진했다.

창신섬유는 이전까지 주로 옷감 소재로 사용하던 폴리에스테르로 가볍고 촉감이 좋은 담요를 개발, 국방부측에 먼저 제안을 했다.

이에 따라 99년에는 창신섬유와 한일합섬이 각각 시제품을 내놓아 평가를 받았다. 당시 법정관리상태였던 한일합섬은 설비투자를 새로 하면서까지 폴리에스테르 담요 생산설비를 갖출 여력이 없어 생산이 가능한 원료인 면과 모를 섞은 제품을, 창신섬유는 폴리에스테르 제품과 모가 50%씩 섞인 시제품을 내놓았다.

시제품 제안 당시 납품 단가는 원료비 때문에 한일합섬 제품이 4만3000원, 창신섬유 제품은 2만5000원이었다. 땀 흡수력이 낮은 기존 아크릴 담요의 단가는 1만3290원.

한일합섬 제품은 인체에 무해하고 쾌적하나 고가이고 내구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창신섬유 제품은 보온성과 촉감이 좋으나 역시 내구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군 부대 시험평가 등을 거쳐 창신섬유 제품이 채택됨으로써 군 담요 재질이 폴리에스테르로 바뀌게 됐고 납품 가격은 1만1000원선에서 책정됐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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