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안정대책 회의론 "또 그 대책…투기 잡힐지 의문"

  • 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16분


코멘트
재정경제부가 21일 발표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은 ‘부동산 세제(稅制) 개혁”이라는 장기대책과 ‘투기세력 색출’이라는 단기대책으로 나뉜다.

특히 부동산을 많이 가진 계층에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쪽으로 세제를 손질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부동산을 소유가 아닌 이용의 대상, 사적(私的) 재산보다는 공공재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것이다.

▽“세금 증가 피부로 느끼게 하겠다”=김영룡(金榮龍) 재경부 세제실장은 이날 “실제로 세금이 무겁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할 만큼 세금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을 과다 보유한 계층이 부동산을 팔지 않을 수 없게끔 해서 주택시장에서 공급물량을 늘리고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설명이다.

재경부는 이를 위해 세금 가액(價額) 기준으로 상위 5만∼10만명을 선정해 이들에게는 종합토지세, 재산세 등 보유세를 대폭 높게 매긴다는 방침이다. 보유세가 부동산 소유 정도에 따라 이원화되는 셈이다.

정부는 현재 재경부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국세청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종합대책반을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 올해 안에 보유세 관련 법안을 구체화해 국회에서 통과되면 즉시 시행키로 했다.


▽조세저항도 적지 않을 듯〓보유세 강화에 따른 각 지방자치단체나 해당 납세자들의 조세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소득은 없으면서 자산만 있는 연금생활자나 은퇴자의 경우 집을 팔아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재산세는 시군구의 지방자치단체장이 매기는 지방세다. 비교적 가격이 비싼 서울 강남지역의 부동산이 이번 보유세 중과세 조치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높아 주민들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세금을 올릴 이유가 별로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앙정부가 세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지방세 일부를 국세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책의 ‘약발’에는 의문〓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개론 수준’인 만큼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나와야 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보유세 강화’와 ‘떴다방 단속’은 여태까지 수차례 지적됐거나 실시돼 온 ‘재탕 삼탕’ 대책으로 서울 강남지역 재개발아파트와 수도권 신도시 및 행정수도개발지역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부동산 투기열풍을 잡는 데 ‘즉효(卽效)’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빨라야 올해 안에 법 개정을 한 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 투기는 재건축이나 신도시 등 새로 개발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데 기존 고가(高價) 주택에 대한 중과세가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떴다방 단속’은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감초’ 메뉴로 이번에는 정책 목표와도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떴다방은 아파트나 주상복합이 새로 공급되는 곳에서 주로 나타나고 재건축아파트 수도권 신도시 주변에는 그리 많지 않다.

부동산 안정대책의 남발에 따른 정부 정책에 대한 불감증도 이번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올해 2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10건. 한 달에 2건꼴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A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은 세금 인상 등 각종 대책을 감안한 상태에서 가격을 추정한다”며 “앞으로 나올 추가 대책도 상당부분 알려져 있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고 귀띔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