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긴박한 부산항]국내외선박 잇단하역포기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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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부두별 13일 상황 (단위:%)
구분장치율평소대비물동량비율
12일13일12일13일
신선대82.485.6 6.935.6
자성대57.759.9 22.825.4
감만85.690.6 31.249.1
신감만88.577.3 21.220.3
감천94.784.4 27.213.2
우암39.261.9 41.525.5
3부두103158 24.512.7
4부두100101 68.022.9
합계77.781.0 25.332.1
13일 하루 동안 신선대 부두 등 부산항 8개 부두에는 군과 비조합원 트럭 등 대체 차량이 투입돼 쉴 새 없이 컨테이너를 실어 날랐으나 쌓여있는 화물량이 워낙 많아 역부족이었다.

▽신선대 부두=13일 오후 부산 남구 감만동 신선대 부두 정문 앞. 국방색 트레일러가 비상 라이트를 켜고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고 있다. 번호판에는 아라비아 숫자 대신 ‘작전’이란 글씨가 적혀 있다. 국군수송사령부 항만운송단이 수출 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지원한 차량이었다.

군 차량 10대는 신선대 부두 인근 장치장에 있던 컨테이너를 신선대 터미널까지 옮기느라 바삐 움직였다. 충분한 물량은 아니지만 마비상태에 있던 수출 화물 수송에 숨통이 터진 것.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트레일러에도 번호판은 없었다. 이 화물트레일러는 운송회사 소속 YT(Yard Trailer) 차량. 부두터미널∼장치장을 오가는 YT 차량은 원칙적으로 부두를 벗어날 수 없지만 감만 부두에서 신선대 부두까지 2.5km 거리를 오가며 컨테이너를 실어 날랐다. 한진 소속 트레일러 운전사 박모씨(45)는 “급한 물량부터 경찰의 협조를 받아 실어 나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 8개 컨테이너 부두 중 물동량이 가장 많은 신선대 부두에서 급한 화물을 실어 나르면서 부산항의 컨테이너 반출입 비율은 파업 4일째인 12일에 비해 7%가량 늘어난 32.1%를 기록했다. 하지만 컨테이너를 쌓아놓는 장치율은 오히려 4% 정도 늘어난 81%로 높아졌다. 대체 차량들이 화물을 실어 나르고는 있지만 쌓여가는 화물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나타내는 현상. ▽감만 부두=비슷한 시간 부산 감만 부두. 배에 있는 컨테이너를 트레일러로 옮겨 싣는 크레인에는 거대한 컨테이너 한 대가 30m 높이에 위험스레 매달려 있었다. 컨테이너를 실을 트레일러가 제때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세방 소속 임모씨(40)는 “컨테이너를 옮겨 실을 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컨테이너가 쌓이면서 컨테이너를 내릴 장소를 찾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이 때문에 하역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2분에 3대꼴로 하역 작업을 하는데 지금은 2분에 1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정체=13일 하루 내내 부산 남구 감만동 감만삼거리에서 신선대 부두 정문에 이르는 왕복 6차로는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도로 양쪽 2개 차로씩 4개 차로는 화물연대 소속 운전사들이 주차해 둔 화물차가 차지했다. 왕복 2개 차로만 소통이 가능했지만 이날부터 화물차 통행량이 늘어난 데다 화물연대 소속 운전사들의 기습 시위에 대비해 경찰이 검문을 강화해 1km도 되지 않는 거리를 통과하는 데 20분 이상 소요됐다.

경찰은 신선대 부두와 감만 부두 일대에 8개 중대 1000여명, 경부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 톨게이트 및 진입로 등에 5개 중대 600명을 배치해 화물연대의 ‘방해’에 대비한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외국선사 동향=부산항의 화물운송이 차질을 빚자 국내외 선사들은 기항을 포기하고 있다. 세계 3위인 대만의 에버그린도 16일 신감만 부두에 기항할 예정이던 한사인디아호(5000TEU급)를 다음 기항지인 일본 오사카로 직행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외국계 선사가 컨테이너선 3척의 기항을 포기해 하역준비를 하고 있던 부두 관계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에버그린사의 한 관계자는 “한 해에 30여척을 부산항에 기항시키고 있는데 앞으로 대만 본사에서 몇 척을 더 회항시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선대 부두 임성택 운영팀장은 “컨테이너선 한 척당 평균 10억원의 하역료 등을 지불하고 가기 때문에 부산항은 100억원의 손해를 입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부산=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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