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가계대출 全자산의 30%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49분


외환위기 이후 5년간 시중은행들은 가계 대출과 유가증권 투자를 크게 늘린 반면 대기업 대출과 외화대출은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계대출은 10월부터 정부의 강력한 억제 조치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가계 대출비중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예금은행의 자금조달 운용 및 행태’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시중은행은 전체자산 560조5000억원의 30.6%인 171조2000억원을 가계 대출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유가증권 투자 늘어〓이 같은 가계대출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9월의 16.0%에 비해 2배가량 높아진 것이다.

또 유가증권 투자는 9월 말 21.7%로 97년 9월 말의 16.6%에 비해 5.1%포인트 높아졌다.

반면에 대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에 11.0%에서 4.6%로, 외화대출은 6.3%에서 1.1%로 급감했다. 중소기업대출은 18.9%에서 20.1%로 다소 증가했다.

자금조달은 9월 말 예금비중이 58.0%로 97년 9월 말 44.9%에 비해 13.1%포인트 상승했고 금융채 발행 비중도 5.3%로 3.1%포인트 늘었다.

한은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는 가운데 은행들이 공격적인 가계대출 마케팅을 실행함으로써 단기간에 가계대출이 급속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로 은행이 기업대출 확대보다는 국공채 매입에 주력해 국채금리 및 예금금리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박천일 한은 통화금융통계팀 차장은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고 우량채권의 과도한 가격상승 압력 방지를 위해서는 가계대출 억제와 함께 중소기업 대출을 장려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나 주택저당대출 유동화증권(MBS) 시장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줄이면 민간소비 줄어〓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가계대출과 소비의 관계분석’ 보고서를 통해 현 경제구조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10%포인트 줄면 민간소비는 1.0∼1.3%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가계대출이 줄더라도 기업에 자금이 더욱 많이 흘러가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추산됐다.

KDI는 소비심리가 떨어진 지난달에 회사채 순 발행액(전체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금액)이 1조5000억원이나 돼 민간소비의 감소로 남는 자금이 기업 등의 설비투자 등으로 공급됐다고 설명했다.

KDI가 외환위기 이후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에서 소비증가율은 가계대출보다는 주가 상승률과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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