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기업들 사원들에 해외근무 기회제공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7시 30분


바이엘 코리아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독일 본사 국제홍보팀 이사로 발령난 황지나 부장(가운데 앉은 사람)이 현지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 바이엘 코리아
바이엘 코리아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독일 본사 국제홍보팀 이사로 발령난 황지나 부장(가운데 앉은 사람)이 현지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 바이엘 코리아
“처음에는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고생했지만 지금은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주변 동료들은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는 저를 보고 능력이 좋다고 칭찬해줍니다. 지난 주말엔 아이들과 센트럴파크에서 롤러 블레이드를 탔습니다….”

최근 독일계 제약화학회사인 바이엘 코리아 사보에 실린 양성희씨(43·여)의 글이다. 바이엘 코리아의 사장 비서로 들어와 마케팅 매니저까지 올랐던 양씨는 2년전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있는 미국 지사 의약품 사업부의 전시담당 이사로 발령받았다.

많은 직장인들의 꿈은 해외 근무. 그러나 국내 기업에서 해외근무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주한 외국기업들은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태어나지 않은 ‘토종’ 한국인 임직원들에게도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를 제공한다.

볼보건설기계 코리아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에 붙은 ‘결원 공지’를 보며 해외근무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세계 곳곳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은 우수한 능력을 갖춘 임직원이라면 출신지를 불문하고 해외 본사 및 지사에 배치하는 효율적인 인력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근무 대상자도 과거 사기진작과 업무능력 습득을 위해 과장 이하 실무자급 위주로 짜여졌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경영능력을 갖춘 간부급 임원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계 종합화학 회사 듀폰 코리아는 현재 9명의 직원들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중 상무급 이상이 6명. 한국에서 포토마스크 사업을 이끌었던 원철우 사장은 99년부터 미국 본사의 홀로그래픽스 담당이사로 일하다가 올해말 상하이에 있는 듀폰 중국 지사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한국 라이크라 사업부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던 김형진 상무도 98년부터 미국 서부와 홍콩을 옮겨다니며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다가 올 8월 상하이로 근무처를 옮겼다.

올 10월부터 한국 피자헛을 이끌고 있는 조인수 사장은 2000년부터 2년 동안 미국 본사의 국제마케팅담당 수석부사장을 맡았었다. 97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 피자헛 사장을 맡으면서 매출을 크게 늘리는 등 경영수완을 발휘한 것을 본사 경영진이 높이 산 덕분이다.

주한 외국기업에서 해외근무의 기회가 많은 것은 인력교류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정착돼있기 때문이다.

볼보건설기계 코리아의 경우 결원 발생시 전세계 볼보 관계사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에게 알려서 지원자를 받는 ‘결원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지원팀의 조병영 과장은 이 제도를 통해 내년초부터 독일 소형굴삭기 제조공장에서 생산담당 매니저로 일할 예정이다.

바이엘 코리아도 사내 ‘잡 포스팅’ 제도를 통해 직원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근무처와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현재 이 회사에서는 6명의 직원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4명은 독일 본사, 2명은 미국 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했던 황지나 부장(여)은 지난해 독일 레버쿠젠 본사에 입성해 국제 홍보팀 이사를 맡고 있다.

바이엘 코리아 폴리머 사업부의 오승환 부사장은 91년부터 2년 동안 독일 본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에 대해 “좀 더 글로벌한 관점에서 업무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면서 “본사에 한국지사 현황과 한국 산업 전반에 대해 좀 더 생생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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