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발걸음 무거워질듯…공화당 압승효과 소멸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8시 11분



그동안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금리인하와 중간선거가 지난주 매듭지어짐에 따라 미 증시가 이번주에는 조정장세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미 증시와 외국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큰 한국 증시도 지난주에 시작된 소강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른 상승국면이 일단락되고 중간선거 압승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對)이라크 강경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금리인하에서 대이라크 전쟁으로 △기업실적에서 거시경제지표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자연히 10월 이후 호재에 민감했던 증시가 묵은 악재에 민감한 체질로 변하리라는 것.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 중심이 통화정책(금리인하)에서 재정정책(감세)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쌍둥이 적자(재정 및 국제수지 적자)’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11월 상승장을 이끈 금리인하 재료가 6일(이하 미국시간) 소멸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그동안 짐짓 무시해 왔던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우려에 새삼 관심을 둘 것이라는 점. 대우증권 김영호 연구위원은 “지난주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이라크 결의안을 통과시킨 점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기업들의 분기실적 발표가 95%가량 끝남에 따라 증시의 관심이 기업실적에서 거시경제지표로 옮아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래에셋투신운용 이종우 운용전략실장은 “기업실적이 대체로 양호한 반면 최근 발표되는 경기지표가 서로 엇갈리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호재보다 악재가 많아질 것임을 나타낸다”고 풀이했다.

투자심리의 변화는 금리인하와 공화당의 중간선거 압승이라는 호재의 약발이 하루만에 떨어진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7, 8일 미국 주가는 이틀 내리 떨어졌다. 경기지표나 주요 기업의 기업실적은 서로 다른 시그널을 보냈고 특별한 악재도 없었다. 다만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금리인하는 앨런 그린스펀이 더블 딥(경기가 미처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나빠지는 현상)이 진행 중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사후 해석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는 분석이다.

LG투자증권은 10일 낸 주간전망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위기 변화로 이번주에 미국 증시가 단기 상승추세에서 벗어나고 한국 증시도 지난주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가 최근 단기 급상승한 만큼 조정에 들어가는 것은 이상할 게 없다”면서 “미국 증시 흐름이 변해가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금리인하와 재정적자 확대가 미국 경제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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