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현대重, 이익치前회장 잇단발언에 주가하락 냉가슴

  • 입력 2002년 10월 29일 17시 29분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도쿄 발언’이 계속되자 현대중공업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각종 의혹에 섣불리 대응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대응을 하자니 자칫 정치공방에 휘말려 들어갈 것 같고 무시하자니 잇달아 제기되는 ‘설(說)’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이 전 회장의 도쿄 발언 후 즉각 대응하지 않다가 하루가 지난 28일에서야 입장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고민 때문. 이 전 회장의 발언을 ‘배후가 의심되는 정치공방’으로 치부하고 이에 대한 대응도 발언 표적이 된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의 몫으로 미뤘으나 상승장이었던 28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가가 빠지면서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현대중공업은 무엇보다 현대상선의 선례를 주목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4000억원 대북지원설이 불거졌던 초기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했으나 오히려 ‘수렁’속에 깊숙이 빠졌다. 20일 북한에서 돌아온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평소 스타일과 달리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한 채 잠행을 계속했던 것도 자신의 말이 더 큰 풍파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결국 기본적인 사실 확인 외엔 무대응이 최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는 정경분리 선언조차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또 “정치공방은 정치권에서 풀 문제”라며 “이 전 회장 발언의 진위는 이미 사법당국의 판단이 끝났을 뿐더러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발언의 표적이 된 정 의원은 이미 현대중공업 고문직마저 내놓았다고 강조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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