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노 출신 '주방장' 토니로마스 박상덕씨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7시 42분


발레리노 출신의 박상덕 주방장이 맛있게 구운 ‘바비큐 립’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 토니로마스
발레리노 출신의 박상덕 주방장이 맛있게 구운 ‘바비큐 립’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 토니로마스
‘춤추는 주방장.’

패밀리 레스토랑 ‘토니로마스’ 직원들은 홍대점의 박상덕 주방장(34)을 이처럼 부른다. 박 주방장에게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은 실제 발레리노(남자 무용수) 출신이기 때문.

그는 90년대 중반까지 국내 3대 발레단의 하나인 ‘서울 발레시어터’의 단원으로 활약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발레를 시작해 경희대 무용학과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뒤 4년여 간 정식 프로 단원으로 일했던 것. 지금도 키 182㎝, 몸무게 71㎏의 균형 잡힌 몸매가 박 주방장의 이력을 말없이 나타내고 있다.

이런 그가 ‘칼’을 잡게 된 이유가 이채롭다. 박 주방장은 “연습실이 있던 건물 1층에 토니로마스 매장이 있어 자주 들르다 보니 요리가 참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침 발레단의 퇴근시간이 오후 4시여서 시험삼아 밤에 매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게 인생의 진로를 180도 바꿔놓은 것. 그는 “요리와 발레는 서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다는 데서 똑같다”면서 “하나의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알면 알수록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93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래 낮에는 발레리노, 밤에는 주방의 보조 요리사로 일하기를 1년 반. 결국 삶의 진로를 발레리노에서 요리사로 전환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처음에는 이런 이력을 알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웃지 못할 오해도 많이 받았다. 칼 다루는 솜씨가 워낙 우아해 남성의 탈을 쓴 여성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는 “한 15년 정도 무용을 하다보니 여성스러운 동작이 몸에 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취미삼아 마라톤을 시작한 그는 불과 반년 만에 풀코스를 완주했다. 올해 3월 동아서울국제마라톤 대회에서는 3시간9분23초라는 좋은 기록으로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전 자격도 따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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