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主제일주의 현장]⑫코메론, 배당금 4배 더줘

  • 입력 2002년 9월 23일 17시 59분


줄자를 만드는 회사가 있다. 생산품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줄자 부문 세계 1위이며 어엿한 코스닥 등록기업이다.

‘줄자 기업’ 코메론의 매출액은 99년부터 매년 30%씩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30% 선.

이 회사가 주목받는 것은 화려한 실적 때문만은 아니다.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에게 주당 배당금을 4배나 주는 차등배당 정책이 눈길을 끈다.

▽주주는 동반자〓강동헌 사장(46)은 가내수공업 수준이던 공장을 물려받아 25년 만에 세계 1위 업체로 만들었다.

그의 지분은 70%에 육박한다. 매년 배당금으로 엄청난 돈을 챙길 만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소액주주와 대주주에게 차등 배당을 한다. 올해 대주주에게 주당 50원을 배당한 반면 소액주주에게는 주당 200원을 지급했다. ‘주주는 동반자’라는 강 사장의 믿음 때문이다.

강 사장은 “소액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을 했다는 사실이 바로 기업의 이미지와 가치”라고 말했다.

배당철이 되면 이 회사 주식을 샀다가 배당만 받고 되파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도 괜찮다.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개인주주가 더 많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지금은 줄자 외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면 소액주주들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차등 배당에 대한 보답을 할 것이란 믿음에서다.

코메론의 주주정책은 미국의 스탠리사(社)를 닮았다. 스탠리는 공구 분야 세계 1위 업체로 100년 동안 배당을 470번이나 했다.

코메론은 분기 배당이 허용되길 기다린다. 스탠리처럼 1년에 4번씩 분기마다 배당하기 위해서다.

▽고수익, 고성장〓코메론은 작년 7월 새로운 줄자를 선보였다. 줄자 끝에 자석을 달아 혼자서도 측량할 수 있도록 만든 아이디어 상품이다. 이 줄자는 세계적 히트상품으로 떠올랐고 특허 취득을 앞두고 있다.

줄자 하나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코메론의 기술력, 아이디어, 가격결정력을 살펴본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줄자를 만드는 회사 가운데 원자재 가공(압연) 공장을 가진 회사는 코메론뿐이다. 소재 생산부터 상품개발, 제조, 판매 등 모든 과정을 갖춰 원가가 낮다는 얘기다.

코메론은 매년 몇 차례 신제품을 내놓는다. 단순해 보이는 줄자도 디자인과 유행이 있다.

강 사장은 “신제품 개발이 높은 수익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순이익 10%-본인배당금 20% 사원복지기금으로 사용▼

코메론 강동헌 사장은 비행기를 680번 탔다. 마일리지는 100만마일을 훌쩍 넘었다. 그것도 일반석만 타고 다녔다.

좋은 기술과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느 곳이든 다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야간대학에 다니며 부친 회사에서 일한 지 25년. 직원 5명이던 회사를 줄자 부문 세계 1위로 키웠지만 그의 생활은 바뀐 게 없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부지런함을 기대한다. 아침마다 담당구역 청소를 시켰을 정도. 그는 늘 “직원이 최고”라고 말한다.

강 사장은 순이익의 30%는 배당, 30%는 투자, 30%는 적립, 10%는 사원복지에 쓴다. 자신의 배당금 중 20%는 다시 사원복지기금으로 내놓는다.

그는 “나는 지분이 많아 낮은 비율로 배당받아도 많다”며 웃었다.

코메론의 제품에 끼워 팔아달라는 동남아 공구 제조업체들이 많다. 코메론의 브랜드 인지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동남아 업체들의 상품을 곁들인 세트 상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직접 다른 상품을 만들지는 않을 계획이다. 덩치보다 수익, 다양함보다 전문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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