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자식 잘둔 모기업 큰소리 떵떵

  • 입력 2002년 8월 21일 17시 37분


“자식 하나 잘 두면 부모는 즐겁다.”

14일 마감된 12월 결산법인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하는 일에 비해 유난히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이 눈에 띈다.

동서 율촌화학 등이 이런 회사들인데 이는 이들이 든든한 자(子)회자를 둔 덕분. 자회사 다이얼패드 때문에 회사 전체가 고생한 새롬기술과는 반대로 이들은 자식 덕을 톡톡히 본 모(母)회사들이다.

실적을 중시하는 가치투자자라면 든든한 자회사 덕에 꾸준히 수익을 내는 회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

▽돈 많이 버는 자회사〓동서는 커피 포장재를 만드는 회사. 그러나 동서의 진정한 가치는 동서가 한국 커피시장을 석권한 동서식품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는 데 있다. 자회사인 동서식품이 장사를 잘하니 동서식품에 포장재를 납품하는 모회사의 실적도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욋돈이라고 할 수 있는 지분법평가이익(투자받은 회사에서 발생한 이익을 지분만큼 투자자의 이익으로 계산한 금액)도 엄청나다. 올해 상반기 동서의 영업이익은 77억원. 그러나 지분법평가이익은 이의 3배에 가까운 225억원이다.

라면 봉지를 만드는 율촌화학의 진가도 이 회사의 자회사인 농심에서 발견할 수 있다. 라면시장을 완전 장악한 농심의 우수한 영업력 덕에 율촌화학은 상반기 20억원의 지분법평가이익을 얻었다.

두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가욋돈 수익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농심 동서식품 등 자회사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높아 이들의 수익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자산 가치가 큰 자회사〓또 자회사의 가치가 넉넉해서 모회사가 든든한 경우도 있다.

참치회사인 동원산업은 동원증권 지분 22%를 갖고 있다. 이 지분을 시장에 팔면 약 1063억원을 벌 수 있다. 그런데 동원산업 전체 시가총액은 470억원밖에 안 된다. 극단적으로 말해 동원산업 주식 100%를 사서 회사의 주인이 된 뒤 갖고 있는 동원증권 주식만 시장에 팔고 회사를 정리해도 500억원 이상이 남는다.

SBS의 대주주인 태영도 마찬가지. 갖고 있는 SBS주식 가치가 3138억원인데 정작 모회사인 태영의 시가총액은 2826억원밖에 안 된다.

두 회사 모두 자산가치가 큰 자회사를 갖고 있지만 모회사 주가는 높지 않다.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 주식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자회사의 수익구조나 자산을 꼼꼼히 살피면 의외로 저평가된 좋은 종목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동서, 율촌화학 상반기 실적 (단위:억원,%)
회사매출증감률순이익증감률
동서87514.424615.5
율촌화학9801.611724.7

동원산업, 태영 자회사 보유 지분
모회사시가총액자회사 지분
동원산업470억원동원증권 21.71%(약 1063억원 상당)
태영2826억원SBS 29%(약 3138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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