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도 헷갈리는 美경기 전망

미국 경제를 둘러싼 논쟁이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다.

낙관적 지표가 나왔다가도 금방 비관적 지표로 뒤덮이기도 한다. 투자자들도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사실 이런 현상은 아마추어에 한정된 게 아니다. 미국 모건스탠리의 대표적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와 리처드 버너도 지난 5개월 동안 경제 전망에서 정반대의 입장을 고수해왔다. ‘더블 딥(Double Dip·경기가 잠깐 회복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논쟁을 불러일으킨 로치씨는 비관론의 선두주자로, 버너씨는 낙관론의 기수였던 것.

모건스탠리는 최근 인터넷 사이트 ‘글로벌 이코노미 포럼’에서 30여년 지기(知己)인 두 거장의 미국 경제 진단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비교했다.

▽경상수지 적자로 달러약세가 진행되겠지만〓경상수지 적자가 올 하반기엔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르러 더 이상 ‘강한 달러’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진단.

문제는 달러 약세가 진행되는 속도. 버너씨는 고평가된 달러가치가 서서히(2004년말까지 20∼30%) 떨어지고, 이는 수출을 증가시키고 경제 회복을 촉진할 것이란 견해. 로치씨는 달러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硬)착륙’을 우려하며 세계 경제도 동반 추락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매니저 계층의 해고는 불가피하지만〓미국의 매니저(상위층)는 미국 전체 노동력의 15%, 화이트칼라 중에서는 25%나 될 정도로 불균형적이다. 결국 고용구조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 로치씨는 90년대 초반의 ‘경기는 회복되지만 실업률이 상승하는(jobless recovery)’ 현상이 재현, 고소득층의 소득이 줄면 소비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버너씨는 기업의 수익이 증가하면 고용이 증대할 것이고 이는 (어떤 계층이든) 소비증가를 불러올 것인 만큼 로치씨의 전망은 기우(杞憂)라는 주장.

▽인플레이션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달러 약세로 수입물가가 오르더라도 인플레이션의 우려는 크지 않다. 오히려 로치씨는 올해 물가가 48년 동안의 최저치인 0.35%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제품 가격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의 수익 증가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 하지만 버너씨는 유가와 식료품을 빼면 물가는 지난 5년 동안의 평균인 1.5%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투자자금의 보수화〓로치씨는 미국 증시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것도 문제지만 엔론사태에서 보듯 기업수익 자체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 버너씨는 기업수익엔 문제가 없는 만큼 고평가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엔론사태로 인한 신뢰 상실 등으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배당과 금리를 중시하는 투자패턴으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정확히 일치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스티븐 로치와 리처드 버너의 미국 경제를 보는 시각
스티븐 로치	공통된 문제의식	리처드 버너
차이		차이
정부 정책과 미국 경제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면서 달러 약세가 급격히 진행, 세계 경제의 동반 하락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던 달러 강세는 이젠 끝	달러 가치가 2004년까지 20∼30%로 천천히 떨어지면서 수출 증가와 경기회복을 촉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고소득층인 매니저가 해고돼 수요가 줄고 소비가 감소	매니저가 많은 불균형적인 고용구조는 해결될 것	기업 수익이 증가되면 설비투자 등으로 생산이 증대되며 이는 소비증가로 이어짐
올해 물가상승을 연간기준으로 환산하면 지난 48년간 최저인 0.35% 상승에 그쳤으며 장래에는 오히려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더 큼	인플레이션은 한동안 문제되지 않음	달러 약세로 수입물가가 상승하지만 이는 미국의 고질적인 디플레이션 우려를 없앨 정도에 지나지 않음
증시가 고평가됐을 뿐만 아니라 기업 수익의 증가도 확신할 수 없음	엔론사태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와 낮은 투자수익률 시대 도래	증시의 문제는 고평가됐다는 것, 기업 수익이 증가하면서 점차 해결될 것
추가 테러는 소비와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것	테러의 위험은 존재	테러의 영향은 단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