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새해경영 '내실' 최우선

주요 대기업은 내년 경영전략의 핵심을 수익성과 현금확보, 연구개발(R&D) 투자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SK 현대기아차 그룹에 이어 LG는 30일 내년에 시설투자를 크게 줄이는 대신 R&D 투자를 10% 이상 늘리는 내용의 새해 경영계획을 확정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기존의 내실경영 기조를 내년에도 이어간다는 전략.

주요 대기업들은 매출과 이익 목표치를 올해보다 늘려 잡으면서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설비투자는 최대한 자제하는 방향으로 내년 계획을 짰다.

▽LG, 매출 100조원대 진입 목표〓LG는 △설비투자를 올해 4조7000억원에서 내년 3조5000억원으로 줄이고 △R&D 투자는 1조7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늘리며 △매출은 97조원에서 103조원으로, 경상이익은 3조원에서 3조40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매출 100조원 돌파 목표는 그룹 창립 이래 처음. LG측은 “중국관련 사업이 순조로운 데다 주력업종인 디지털가전과 정보통신의 시장 전망이 밝아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LG는 내년 투자규모에 대해 “올해 1조원 규모의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의 5세대 라인 투자가 끝나 설비투자액을 줄였지만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여기에 맞춰 투자액도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우자동차도 30일 내년에 61만대를 팔아 5조5400억원의 매출과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겠다는 사업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자동차 판매대수는 올해보다 10%, 매출은 21% 증가한 수치.

▽수익성 중시, 보수경영 확산〓투자는 줄이되 매출과 이익 목표치를 늘려 잡는 경향은 거의 모든 그룹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익금이 생기면 투자보다는 빚을 갚는 데 써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도 열성이다.

삼성은 내년 투자액을 6조8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줄이면서 매출은 7조원, 세전이익은 2조3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도 수익성을 가장 중요한 경영지표로 삼아 시설투자 비중을 줄이고 매출은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해외시장에서 싼타페 그랜저XG 등 부가가치가 높은 중대형 차량의 판매 비중을 높일 계획.

다만 SK는 주요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투자비를 올해보다 늘리는 공격적 투자에 나선다.김창근 SK 구조조정본부 사장은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지만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 핵심사업에 과감히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룹별 핵심화두 윤곽〓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내년의 화두로 삼은 삼성은 신규 반도체 투자를 잠정 중단하고 부채비율을 더욱 끌어내리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불황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아직은 확장경영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것.

LG는 △PDP(일명 벽걸이TV) 유기EL 등 디지털 디스플레이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시스템과 단말기 △항감염제 항암제 등 생명과학부문의 신약개발 등을 주력사업으로 정해 R&D 투자의 70% 이상을 집중할 계획이다.

포항제철은 세계 철강경기의 불황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이익을 중시하는 긴축경영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수익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내년 매출 목표도 이례적으로 올해보다 줄어들었다.

SK는 그룹의 차세대 비전사업으로 선정한 생명과학, 중국사업, 정보통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원재·김동원·이명재기자>parkwj@donga.com

주요그룹경영지표-내년전략(단위:조원)
삼성:보수경영, 글로벌경쟁력 확보
-	2001년	2002년
매출	123	130
투자	6.8	5.0
세전이익	6.6	8.9
LG:현금중시 내실경영, R&D 역점
매출	97	103
투자	6.4	5.4
경상이익	3.0	3.4
SK:축소경영 지양, 핵심사업 과감히 투자
매출	53	57
투자	4.0	4.3
세전이익	2.5	3.0
현대기아차: 신차개발로 세계시장 공략
매출	35.1	37.0
투자	2.2	2.1
경상이익	1.8∼2.0	미공개
포항제철:긴축경영 기조, 기업가치 제고
매출	11.1	11.0
투자	1.9	2.1
영업이익	1.4	1.5

*삼성 투자는 연구개발(R&D)을 뺀 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