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광고계 `닮은꼴 모델` 바람…효과는 `진짜` 뺨치네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8시 51분


은퇴한 심은하가 다시 광고를 찍었나?

최근까지 방영된 LG 디오스냉장고의 CF. 막 결혼식을 마친 여인이 냉장고 앞에서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는다. 금방이라도 ‘여자라서 너무 행복해요’란 카피를 속삭일 것 같다. 심은하 특유의 미소를 보여주는 모델.

하지만 이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은 심은하가 아니다. 심은하를 쏙 빼닮은 서지나씨(28). 그는 우연히도 심은하와 MBC탤런트 공채 동기생이다.

이 광고를 제작할 당시 심은하는 결혼문제로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시리즈 광고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제작진은 고민에 빠졌다. 오랜 상의 끝에 나온 결론은 심은하와 비슷한 이미지의 모델을 섭외하자는 것. 촬영의 초점도 심은하와 비슷한 분위기를 끌어내는 데 맞춰졌다.

광고업계에 ‘닮은꼴 모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올해 여름부터 국내 TV광고에는 마이클 잭슨, 숀 코너리, 존 트래볼타, 빌 클린턴 등 세계적 유명인사들이 줄줄이 출연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들은 유명인사를 닮은 가짜 모델들. 특히 처음에는 외국계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던 데 반해 얼마 전부터는 국내 모델의 ‘닮은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이마트 가전제품 광고의 경우 아직까지 고소영이 전속모델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고소영씨는 이미 지난 가을 전속계약이 끝난 상태. 이런 ‘착각’을 일으킨 것은 마지막 두 번의 광고에 대역모델이 출연했기 때문이다.

광고주 하이마트측은 대역모델을 쓴 것은 ‘충격 완화’를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고소영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갑자기 광고모델을 바꾸면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 따라서 닮은 모델을 쓰기로 결정했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 광고의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함은 물론 제작비면에서도 훨씬 절약됐다. 고소영의 모델료가 3억원이었던 데 비해 대역배우는 1000만원 정도의 ‘싼 값’에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아로화인화장품 역시 닮은꼴 덕분에 재미를 봤다. 이 회사는 풋풋한 이미지 때문에 탤런트 정소영씨(22)를 기용했다. 그런데 정씨의 모습이 이미연씨의 어릴 적과 너무 비슷해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닮은 배은식씨(53)는 지난해부터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올해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전문 모델로 나섰다.

광고계에서는 이들 닮은꼴 배우들을 ‘임퍼스네이터(Impersonator)’라고 부른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유명인을 닮은 모델들을 광고에 이용해 왔다. 미국에는 이런 모델들만을 다루는 전문 대행사가 수두룩하다.

닮은꼴 모델을 쓰는 것은 일종의 패러디 기법으로 호감도와 친근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출연료가 월등히 싸다는 것도 장점. 리앤디디비 마케팅연구소의 신병철 소장은 “닮은꼴 모델은 원래 모델을 쓸 수 없을 때의 대안으로 처음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다 점차 소비자에게 놀라움을 줘서 주목을 끄는 마케팅 수단으로 쓰이게 됐다는 것. 신 소장은 “닮은꼴 광고는 스타가 가진 친근감을 값싸고 재미있게 이용하는 기법”이라며 “호기심 유발이란 특성 때문에 보통 장기적인 것보다는 단기간의 광고 캠페인에서 더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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