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책이 나온 것은 쌀 소비량 감소로 재고가 늘면서 수확기 전 80㎏ 한 가마에 20만원선이었던 쌀값이 현재 16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는 데다 수확기에 2000만섬 정도가 시장에 나올 경우 가격 폭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올해 3650만섬의 쌀이 생산될 것으로 추정되는 등 5년 연속 풍작으로 쌀 생산량은 매년 소비량을 초과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협정에 따른 의무수입량도 올해에는 작년의 두 배 이상인 151만섬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쌀 재고량은 적정재고량(1년 소비량의 17∼18%인 550만∼600만섬)을 400만섬 가량 초과할 전망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91년 116.3㎏에서 올해 90.4㎏으로 계속 줄고 있다.
특히 UR협상에 따라 정부 추곡수매량은 작년 629만섬에서 올해 575만섬 등으로 매년 줄면서 민간재고량이 178만섬으로 늘어났다. 재고량 증가로 수확기 쌀값과 이듬해 단경기(수확기 직전) 쌀값 차이가 올해의 경우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마진이 줄면서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민간유통업체들이 올 수확기 쌀 매입을 꺼리자 농민들은 추수하는 쌀을 팔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시장에 나오는 쌀을 줄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농협이 5700억원의 자체자금으로 200만섬을 시가로 사서 단경기에 시가로 파는 ‘조정보관제’를 도입했다. 또 RPC 정책자금 금리를 연 3%로 낮추고 계절진폭이 3%를 넘지 않으면 정부미를 방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매년 추곡수매물량의 일정 부분을 판 자금을 이듬해 추곡수매자금으로 사용해왔는데 정부미 방출량을 줄이면 재정부담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올해도 당초 250만섬을 팔 계획이었으나 올 10월까지 정부미 공매물량을 100만섬으로 줄임에 따라 4170억원 정도의 재정부담이 생길 것으로 농림부는 추정했다.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쌀 협상에 대비해 이 시점에서 장기적인 쌀 산업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