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택 건축 의무비율 부활]"공급 늘려 전세금 억제"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33분


건설교통부가 26일 발표한 ‘전월세 대책’은 이전과 달리 부동산 경기 활성화보다는 소형 주택을 많이 지어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건교부는 이를 위해 98년 폐지된 소형주택 공급 의무비율을 부활시키고 재개발 구역에서 5000가구의 임대아파트를 집중 공급키로 했다.

그러나 시장 자율화를 위해 실행된 소형주택 의무비율 폐지를 3년 여만에 번복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혼란이 우려된다. 특히 이번 조치로 사업 수익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건축 조합과 건설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시행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재건축 시장에 타격〓소형평형이 의무화되면 재건축으로 기존에 살고 있던 주택보다 평형을 늘리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재건축 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체로서도 소형평형은 평당 건축비가 비싸지는 등 수익성이 떨어진다.

‘의무 비율 공급 규정’은 이미 사전 건축심의를 마친 곳과 서울 강남의 5개 저밀도 지구 등에는 적용되지 않아 짧은 기간의 시간차로 수익성이 크게 달라져 형평성 문제도 논란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 월세난 진정될까〓한국주택산업연구원의 장성수 연구실장은 “소형주택 수요증가에 따라 이미 건설업체에서 소형 주택의 공급을 늘리고 있는데 정부에서 개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9월부터 시행되더라도 실제로 소형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2, 3년 후에나 가능한데 다시 소형주택이 과잉공급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실제로 수도권의 경우 99년 22%까지 내려갔던 18평 이하 소형주택이 지난해 말 현재 29%까지 높아졌다.

특히 민간주택도 일률적으로 소형주택 비율을 의무화하는 데 따른 부작용만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1000가구를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20가구를 지을 때도 18평 이하를 30%(가구수 기준)로 지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건설업체들은 지금처럼 시장의 논리와 지역별 수요에 따라 평형이 자유롭게 결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형주택의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자 98년 ‘의무 공급’ 규정을 폐지한 후 소형주택 건설이 급격히 줄었으나 차츰 시장의 수요에 맞춰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와 전문가 반응〓소형 주택 건축 의무비율이 3년 만에 되살아난다는 소식이 전해진 26일 주요 건설업체들은 관련 임직원 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시장상황은 변하기 마련인데 그 때마다 정책이 바뀌어서는 곤란하다는 것.

LG건설 주택사업부 박봉서 부장은 “최근 소형 평형 수요가 늘어나 업체들도 이미 소형 주택 건립을 늘리고 있다”며 “업체들이 시장 상황에 맞춰 가는 상황에서 굳이 강제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신영 정춘보 사장은 “몇 년 후 소형 주택이 늘어나면 다시 정책을 바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구자룡·황재성·이은우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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