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기업퇴출]"설상가상" 주택시장 꽁꽁

  • 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34분


건설업체 퇴출과 법정관리로 건설업계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서 분양시장이 극도의 침체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업체들은 아파트 공급을 대거 포기하거나 연기해 주택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데다 업계 퇴출로 불안심리까지 확산되자 ‘당분간 신규 사업은 물건너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현대산업개발 하원호 이사는 “서울지역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빼고는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주택 사업이 없다”며 “아파트 건립을 위한 토지 매입이나 공사 수주 업무는 일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10월말까지 올 공급계획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분양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미 분양을 포기하거나 연기를 확정한 물량이 당초 계획의 30%를 웃돌고 있으며 이 달부터 분양 계획도 불투명한 상태. 이 때문에 올 주택 공급 물량이 당초 목표치(50만 가구)의 50∼60%선에 머물 것이란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경제 위기감이 증폭되면 지연되거나 사업이 백지화될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태〓업체 규모나 지역을 가리지 않고 분양 연기가 잇따르고 있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용인 광주 김포 등 수도권에서도 분양 포기와 지연이 속출하고 있다. S건설 관계자는 “최근 공급된 수도권 아파트의 실제 계약률이 20%선”이라며 분양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올초 30곳에서 3만500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달까지 공급한 물량은 1만5279가구. 이미 서울 도봉구 창동 827가구 등 5곳 5659가구 분양은 내년으로 미뤘고, 이 중 일부는 공급 자체가 불투명하다. 연말까지 현대의 공급물량은 2만여 가구 조금 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건설도 공급 계획 물량은 28곳 1만9544가구였으나 9월말 현재 공급실적은 8곳 7301가구에 그쳤다. 경기 광주 송정리 542가구 등 5곳 5815가구에 대한 공급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계획물량 2만5400가구의 절반인 1만2700가구만 공급한 채 용인 보정리 등 9개 지역 7000여가구의 분양은 포기했다. 99년 아파트 분양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던 LG건설도 이달까지 올 계획물량 1만2591가구 중 6532가구만을 분양했다. 용인 수지 7차 등 2090가구의 공급은 내년으로 미뤘다.

대형주택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는 회원사들의 올 주택 공급 물량이 연초 계획(28만4258가구)의 50%선인 15만 가구로 예측하고 있다.

중소업계는 더욱 심각한 상태. W건설 관계자는 “대형업체도 못 믿는 판에 중소업체가 짓는 아파트를 누가 믿고 분양받겠느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영향〓아파트는 건립 기간이 2∼3년 이상 걸리므로 올 아파트 분양 물량 감소가 당장 주택부족과 집 값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경제 불안 심리로 주택 매입 수요가 위축돼 있고 최근 가격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공급되는 아파트가 입주할 2년 이후가 우려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선덕 연구위원은 “2년 이후 입주물량이 줄어들면 주택부족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며 특히 매매보다 전세 부족으로 전세난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이후 분양 여건이 나아질 요인이 없는 것도 문제. 공급물량 감소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주요 업체 올 주택공급 현황(단위:가구)
건설사연초공급 계획공급 실적연기 및 포기 물량
현대3만5001만52795659
대우1만954473015815
삼성2만1만7170미정
LG1만259123562090
현대산업2만54001만270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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