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2세경영' 닻 올렸나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58분


롯데그룹 신동빈(辛東彬·45)부회장이 그룹 경영의 전면에 등장했다.

신부회장은 26일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전계열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롯데 윤리강령’ 선포식에서 전계열사의 윤리강령 실천을 총괄하는 ‘윤리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신부회장은 그동안 경영에 직접 간여를 하지 않았는데 이날 그룹의 기본이념을 새로 밝히는 자리에서 총괄책임을 맡은 것이다. 따라서 이번 취임은 본격적인 경영참여와 경영권 승계작업의 가시화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업계는 이와 관련, 한국 롯데그룹의 회장직 승계가 유력시돼온 신부회장의 경영수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그룹사가 관련되는 기업윤리강령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2세 경영체제로 바뀔 것이란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공식적으로는 “이번 윤리강령은 신격호(辛格浩)그룹회장의 지시에 따라 추진한 것으로 후계구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또 공개키로 했던 이날 행사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그러나 롯데그룹 내에서도 신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임박’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롯데 고위관계자는 이날 “올해 초만 해도 내년쯤 회장직 승계가 예상됐으나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구체적인 이양은 내후년쯤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회장의 성격으로 미루어 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부문만큼은 직접 챙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부회장의 현재 공식 직함은 인터넷업체 ‘롯데닷컴’과 편의점업체 ‘코리아세븐’의 대표이사. 롯데백화점의 지분은 형 신동주(辛東柱)일본롯데 전무이사와 똑같이 21.72%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신부회장이 회장직을 승계할 때 ‘보수적 기업’의 대표격인 롯데가 보일 변화에 대해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경영진이 젊어지고 또 롯데닷컴과 롯데로지스틱스 등 전자상거래부문이 대폭 강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그룹 내외에서는 또 젊은 시절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7년여 동안 일했던 ‘증권통’이라는 점, 이번 윤리강령에서 투명경영과 주주에 대한 의무를 강조한 점, “기업가치가 높을 때 상장해 자금을 확보, 공격적 경영을 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으로 미루어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등 비상장계열사를 상장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윤리강령은 △고객의 정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임직원은 주식의 시장가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며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소액주주의 정당한 의견을 경청한다 △성별 지연 학연에 관계없이 능력과 실적에 따라 공정하게 대우한다 △협력회사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부정한 금품과 향응을 받지 않는다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며 환경친화,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한다 등 ‘윤리적 경영’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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