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씨 원고삭제소동]재벌 비호세력 있다면 누구?

  • 입력 1999년 8월 17일 23시 49분


김태동(金泰東)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이 16일 국민회의 정책위 세미나 원고에 집어넣었다 급히 삭제한 ‘정부내 재벌비호세력’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과연 실체가 있다는 말인가” “있다면 누구 또는 어느 집단을 겨냥한 것일까” 등등.

김위원장이 세미나 원고에서 지목한 ‘정부내 재벌비호세력’은 크게 세 부류다. 바로 첫째는 과거 재벌 거대여신에 책임있는 은행임원진, 둘째는 제2금융권에 대거 포진하고 있는 구(舊)재무부 또는 재경원 관료들, 셋째는 이들 금융기관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재경부와 금감위 상층부의 ‘과거지향 인사들’이다.

김위원장은 원고에서 “이런 사람구성으로는 재벌개혁도 금융개혁도 거북 걸음을 피할 수 없다”면서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기획예산처와 금감위에 참여했던 외부채용인사들이 대부분 중도하차한 사례를 정황증거로 들었다. 즉 ‘재벌비호세력’에 밀려났다는 것.

특히 김위원장의 원고내용이 알려진 이후 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과 김위원장의 관계가 새삼스레 거론되고 있는 것도 관심거리.

여권 관계자는 “두사람은 대통령경제수석, 정책기획수석으로 있을 때부터 서로를 ‘탁상공론만 하는 강단(講壇)경제학자’ ‘구시대적 경제관료’라고 생각하며 정책노선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고 전했다.

강장관은 특히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진그룹의 소유구조를 직접 언급하는 등 재벌개혁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는 데도 ‘조중훈(趙重勳)회장이 퇴진했으니 된 것 아니냐’는 식으로 대처, 김대통령이 불만스러워 했다는 것. 김위원장의 ‘정부내 재벌비호세력’ 원고 속에는 그런 상황도 암시돼 있는 것 같다는 게 여권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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