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구조조정]초강도 자구책계획 성과 미지수

  • 입력 1999년 4월 27일 19시 51분


우여곡절 끝에 올해 처음으로 27일 열린 청와대 정재계간담회.

‘구조조정 심판대’에 오른 현대 삼성 대우 등 5대 재벌과 채권은행들은 나름대로 뼈를 깎는 자구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자부하며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계획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해 ‘12·7’청와대회동에서 합의한 빅딜 약속도 이미 시한이 2∼4개월씩 늦춰진 상태. 현 정부의 개혁의지를 일과성(一過性)으로 오판한 재벌그룹의 ‘시간타령’도 요란했다.

현대 대우 등 재무구조개선 의지를 의심받은 그룹들이 최근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내놓았지만 아직도 청와대와 관계부처 일각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 정부는 5대그룹 구조조정의 얼개가 완전해진 만큼 채권은행을 통해 우회적으로 고삐를 바짝 당길 태세다.

▽빅딜, 막바지 갈지자 걸음〓12·7 회동에서 합의한 구조조정안 중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5대그룹 빅딜은 막바지 단계. 갈등이 컸던 반도체부문의 경우 현대와 LG그룹이 최근 인수금액에 합의함에 따라 전자를 제외한 8개업종이 실사중이거나 채권단에 제출할 경영개선계획을 짜고 있다.

그러나 삼성자동차의 인수조건을 둘러싸고 삼성과 대우측 이견이 남아 있어 약속대로 이달 내 양수도계약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또 유화빅딜도 현대가 삼성종합화학과의 통합협상에서 ‘추가출자분 2천7백억원을 낼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 자칫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다. 강봉균(康奉均)청와대경제수석은 27일 “가까운 시일내 유화빅딜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부채상환 유예조치 등을 철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험난한’ 재무구조 개선〓공정위가 이달 초 발표한 30대그룹 재무구조 현황에 따르면 5대그룹의 전체 부채는 재벌개혁 원년인 지난해 오히려 늘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386%로 계획치를 66% 포인트나 넘겼다. 외자유치 등 자구노력(98∼99년 1·4분기)도 22조1천억원으로 목표대비 81% 수준.

LG SK 삼성의 재무구조 개선이 순조로운 반면 현대와 대우는 각각 부실기업 인수과정에서 부채가 늘어나고 외자(미 GM사)유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금흐름이 악화, 최근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해 ‘급한 불’을 끈 상태.

▽정부, ‘말보다 실천이 중요’〓정부가 5대그룹 재무구조 개선추이를 주채권은행을 통해 매월 점검하려는 것은 고강도 자구계획이 계획에 그칠 경우 오히려 경제위기 극복에 장애가 되기 때문. 현대 대우 등은 정부의 자산재평가 불인정 방침에 따라 2, 3년 뒤로 미뤄놓았던 자산매각 건 등을 올해 계획에 대거 포함시켰다. 월별 점검은 또 5대그룹 대부분 구조조정계획을 하반기에 집중시켜 ‘시간벌기’ 의혹을 사고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날 채권은행장들에게 여러차례 ‘주인의식’을 강조한 것도 5대그룹이 해외 자산매각시 ‘값이 안맞는다’며 버티기작전을 벌이는 것을 사전에 차단, 구조조정 시한을 단축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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