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비용줄이기]미래위한 투자도 깎아 부작용 속출

입력 1998-09-13 20:18수정 2009-09-25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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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이즈 킹.’

지금 기업의 화두는 ‘생존’. 현금확보가 경영의 최우선이란 뜻으로 요즘 재계에 유행처럼 떠도는 말이다.IMF의 길고 긴 불황터널을 넘기 위해 기업마다 비용절감을 위한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그런가하면 임원진이 연말 실적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줄여서는 안되는 필수비용까지 사정없이 깎아 기업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자린고비식 비용절감은 기본〓이면지활용 전기한등끄기 수도꼭지 잠그기 PC끄기 엘리베이터격층운행 등 ‘자린고비식 비용절감’은 이미 기본.

LG반도체는 부서내에 ‘부서공용 사무용품 분류함’을 마련해 비용절감의 시너지효과를 꾀하고 있다. 사무용품을 공동비치해 부서원 전원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작업때 사용한 면장갑 마스크도 버리지 않고 공용수거함에 모아 한꺼번에 세탁한 후 다시 사용한다.삼성중공업은 소모품 실명제를 도입했다. 소모품에 개인이름을 붙여 사용한 뒤 반납해야 소모품을 교환해주는 방식이다.

▼팔 수 있는 것은 다 판다〓삼성물산은 14일 23년간 정들었던 삼성본관빌딩을 떠나 바로 옆 태평로 빌딩으로 이사한다. 비용절감차원에서 본관건물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생명 소유의 태평로 빌딩에서 셋방살이를 시작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꼭 필요한 애프터 서비스(A/S)차량을 제외한 대부분 업무용차량을 직원에게 헐값에 처분했다. 대신 업무용 차량과 임원차량 대부분을 전문렌트카 업체로부터 빌려 쓴다.

▼비용을 줄인다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솔제지는 한국제지와 올해 하반기부터 전국의 물류센터를 공동사용하고 있다. 같은 인쇄용지 생산업체로 물류센터를 함께 쓸 경우 거래처 공급물량 등 영업비밀에 속하는 내용이 상대기업에 넘어갈 수도 있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 두회사는 물류센터 공동운영을 통해 올해만 1천억원 정도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이디어 반짝이는 비용절감〓패션업체 유통업체들은 모델비를 줄이기 위해 유명모델 대신 아예 사내모델을 활용하는 곳이 크게 늘었다. LG패션은 신제품 의류광고에 9명의 사내모델을 내세웠으며 갤러리아 백화점은 전단광고에 직원을 모델로 쓰고 있다.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국내 대기업 임원인 L모씨는 요즘 자신이 제대로 일을하고 있는지 늘 불안하다.

임원들 성적표가 비용을 얼마나 최소화했느나에 따라 결정되는 분위기다 보니 비용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란 것이 그의 고백.

“정작 필요한 기술개발이나 신제품구상 마케팅 활동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나부터 올 연말 임원인사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비용절감이 최우선이란 분위기가 기업 전반에 확산되면서 정작 기업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비용’까지 깎아버리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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