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모라토리엄 선언/국내파장]직접투자 1억2천만달러

  • 입력 1998년 8월 17일 18시 59분


러시아 정부의 루블화 평가절하와 모라토리엄 조치는 수출 등 국내 실물부문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의 투자와 경협차관을 합친 채권이 30억달러를 넘어 금융권의 부실화를 부추길 전망이다. 종합상사 등 대 러시아 수출업체들과 금융기관들은 17일 일제히 비상회의를 갖는 등 ‘러시아 쇼크’ 대책 마련에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에 대한 직접투자금액은 4월말 현재 1억2천만달러. 현대그룹의 산림개발 프로젝트, 가전업체들의 판매법인 설립, 한보의 시베리아 가스전 사업 등 89개 업체에 허가건수 기준으로 1백34건에 달한다.

▼러시아 인근국가 수출타격 우려〓국내 수출총액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 1.08%. 이 기간중 러시아에 대한 수출액은 7억1천8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8% 줄었다. 러시아에 대한 수출은 92년 1억1천만달러에서 시작해 96년 19억6천만달러까지 증가했으나 9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2년 연속 줄었다.

수출업계에서는 “러시아는 시장 자체로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지만 이번 조치의 여파가 우즈베크 카자흐 등 러시아 인근 옛독립국가연합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건설〓현재 러시아에 진출한 주요 한국업체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두곳이다. 지난해 9월 수주한 현대건설의 타타르스탄 비료공장 공사와 삼성이 지난 6월 수주한 모스크바 미국인학교 건설공사는 각각 3억5천8백만달러, 3천1백40만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 그러나 두곳 모두 현재 착공조차 하지 않아 피해는 미미할 전망.

▼국내 금융기관 부실증가〓한국 금융기관의 러시아 투자규모는 3월말 현재 17억6천만달러 수준. 대(對)러시아 경협차관 13억1천만달러를 합하면 30억7천만달러에 달한다.

이번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국내금융기관의 투자분중 만기도래분은 90일 이후로 상환기일이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 투자자산의 부실화를 감수해야 할 처지.산업은행 등 10개 은행이 제공한 경협차관 13억1천만달러는 현물(現物)로 돌려받을 예정으로 이번 모라토리엄 선언에도 큰 영향은 받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재·송평인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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