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대출창구 「꽁꽁」…은행간 거래 큰폭 늘어

  • 입력 1998년 6월 26일 20시 37분


이곳 저곳 ‘돌아다녀야 할’ 돈이 돌지않고 꽁꽁 묶이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기업과 개인이 돈을 덜 빌려쓴 탓도 있지만 금융기관이 빌려줬다가 떼일까봐 대출창구를 아예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3월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기업과 개인 등에 대출한 돈과 주식 등 유가증권에 투자한 돈(자금중개규모)은 총 14조5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1조6천억원에 비해 17조1천억원, 54% 급감했다.

특히 금융기관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부담때문에 신규대출을 크게 줄여 올들어 3월까지 고작 2조3천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엔 22조5천억원을 기업과 개인에게 새로 꿔줬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남는 돈의 대부분을 금융기관간 대출금인 콜로 운용하거나 한국은행이 발행한 통화안정채권과 환매채(RP)에 투자, 돈놀이에 나섰다. 이런 금융기관간 자금거래는 작년 1∼3월에는 9조3천억원이 감소했으나 올해는 무려 22조4천억원이나 증가했다.

한편 기업들은 경기침체로 설비투자를 줄인데다 금융기관의 대출억제까지 겹치면서 1∼3월 금융부채는 11조6천억원 증가하는데 그쳐 작년 같은 기간(40조5천억원 증가)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부족 규모는 24조4천억원에서 15조2천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익은 악화됐지만 투자자금 수요가 큰폭으로 감소했던 탓.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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