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홍씨 인생역정］봉고신화 주역서 「횡령자」로

‘공금횡령자로 몰락한 봉고신화의 주역.’

기아그룹 김선홍(金善弘·사진)전회장의 인생 역정은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그는 81년 기아자동차 사장으로 취임, 국내 최초의 승합차인 봉고를 내놓으면서 파산직전에 몰린 기아를 극적으로 회생시킨 주인공. 이후 그의 이름앞엔 ‘한국의 아이아코카’란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김전회장의 인생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산역사. 김전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58년 기아자동차(당시 기아산업)에 공채 1기로 입사, 작년 10월 타의(他意)에 의해 퇴진할 때까지 40년간 기아와 동고동락했다.

그는 자전거와 삼륜차를 만들던 기아자동차가 세계적인 메이커로 도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재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으며 전문경영인 신화를 일궈낸 김전회장은 그러나 80년대말이후 무리한 확장을 거듭, 결국 기아호(號)를 부실화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특히 작년 기아사태 이후 퇴진을 거부함으로써 결정적으로 그와 기아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기아사태의 책임을 묻는 여론과 정부의 사퇴종용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태발생이후 3개월여동안 퇴진을 거부한 채 정부와 채권단에 맞섰다.

기아임직원들은 지금도 “김전회장이 그때 모양좋게 물러났으면 지금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조와의 관계에서도 석연치 못한 점이 있었다고 주위에선 비판한다.

‘주인없는’ 기아그룹을 이끌기 위해서란 명분으로 노조측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내부에선 지적하기도 한다. 그리고 만 18년 동안 기아자동차 최고경영인으로 재직하면서 임직원들과 끊임없는 알력으로 눈에 안보이는 파벌을 조성한 책임도 크다고 주위에선 말한다.

〈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