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가전-철강 「감산체제」돌입…내수침체 극심 전망따라

  • 입력 1998년 1월 3일 20시 28분


자동차 전자 유화 철강 등 주요 업종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하에서 극심한 내수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생산량을 크게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주요 민간 연구소들은 한결같이 올해의 내수시장을 어둡게 전망하고 국내기업들이 내수부진의 난관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은 수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업종은 시장 개방폭이 넓어지면서 내수시장에서 외국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올해 자동차업체들은 모두 2백70만대(작년대비 5.3%감소)를 생산, 이중 1백22만대(20.8% 감소)를 국내에서 판매하고 나머지 1백48만대(13.8%증가)는 수출할 계획이다. 완성차업계 대표들은 구랍 27일 자동차공업협회에서 간담회를 갖고 올해 자동차 내수시장이 기름값과 특소세 인상 등으로 30∼5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생산량을 신축적으로 조정, 재고 누적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고 공급 과잉으로 인한 무이자 할부판매 등 출혈경쟁을 자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삼성 LG 현대전자 등 반도체업체들은 64MD램의 전망이 밝기 때문에 증산에 박차를 가해 세계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IMF의 압력이 거세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IMF를 움직이는 미국과 일본 정부가 자국 업체들의 이익을 위해 신설 및 증설 투자를 억제토록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전업계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목표를 지난해에 비해 제품별로 최고 25% 가량 낮춰 잡고 감량 생산할 계획이다. 작년말 현재 공장 가동률 60∼70% 수준조차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지난해 1백25만대로 가전업계 최고의 매출을 올린 에어컨의 경우 올해 시장 규모가 25% 줄어든 93만대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이같은 내수시장의 부진을 수출을 통해 극복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 있는 VCR라인을 3월경 인도네시아로 이전할 계획이다. 인천제철 강원산업 동국제강 한보철강 등 철근 생산업체들은 채산성 확보를 위해 감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폭등에 따라 철근 가격을 작년말에 이어 이달중 또 올릴 예정이지만 철근을 생산하면 할수록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 이상이 계속될 경우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털어놓았다. 인천제철은 올해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0% 늘려잡을 계획이었으나 주변여건이 극도로 악화, 조업단축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가 밝혔다. 유화제품은 전자 자동차 건설 등 주요 수요산업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내수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삼성석유화학은 내수경기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상10일이 걸리는 정기보수 기간을 21일로 연장, 실질적인 감산을 단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대 수출시장인 동남아시장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바람에 이 지역에 대한 수출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영·이희성·박현진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