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발등의 불…DJ,『재벌 어찌할까』고심

  • 입력 1997년 12월 30일 19시 5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는 정리해고제 도입을 위한 사전 조치로 재벌그룹에 대한 몇가지 생각을 정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당선자가 생각하는 대(對)재벌 조치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김당선자가 미리 발표한 신년사에서 현 경제위기의 핵심중 하나로 대기업의 방만하고 무분별한 차입경영을 지적한 데서 그의 구상의 일단을 짚어볼 수 있다. 재벌그룹이 경제파탄 책임을 스스로 깨닫고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촉구할 것이란 전망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김당선자측은 당초 상호지급보증 금지, 결합재무제표 도입 등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대로만 하면 재벌그룹은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인위적으로 손을 대 재계의 불필요한 반발을 살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했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기다릴 만큼 여유가 없다. 정리해고제 도입 태풍이 김당선자를 기다리고 있다. 예고된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해 이 파고(波高)를 넘으려면 어떤 형식이든 사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노사정협의회를 제안했고 이 두 문제는 IMF와 국제금융계의 요구에 따라 대통령 취임 전인 2월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다각도의 물밑 설득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 도입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김원길(金元吉)국민회의정책위의장 등 김당선자 측근들은 민노총관계자들과 만나 폭음하며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지만 정리해고제 도입은커녕 노사정협의체 구성에 대한 동의조차 이끌어 내지못했다. 노동계는 『노동자들만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 우리 경제를 망친 재벌이 먼저 개혁에 나서야 한다. 경제파탄 책임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당선자가 재벌을 겨냥, 목소리를 높이려는 것도 노동계에 대한 일종의 무마책이다. 하지만 무마용이 전부는 아니다. 지난 26, 27일 한국노총과 민노총 관계자들과 접촉한 김당선자는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이들의 주장에 상당부분 공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점은 김당선자가 재벌에 대해 말뿐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냐에 맞춰진다. 김당선자의 한 핵심측근은 『재벌에 대한 은행대출을 중단하고 대출금을 회수하면 재벌도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의 속도를 앞당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당선자가 이같은 물리적 조치를 취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나 적어도 위협적 카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노사(勞使)를 함께 설득, 고통을 분담케 해야 할 김당선자의 부담은 그만큼 크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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