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기업의 민영화, 정확히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는 핵심장치로 사장추천위원회 제도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재벌과 정치권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운영여하에 따라서는 재벌의 오너체제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굵직한 공기업에 군침을 흘려온 재벌입장에선 공기업을 갖기도 어려운데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압력까지 받게 된 셈이다. 「공기업의 효율화」, 즉 주인있는 민영화를 내세운 재계의 공세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재경원 관계자는 『姜慶植(강경식)부총리는 지금의 재벌경영 형태로는 더이상 성장이 어렵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장추천위 제도를 도입하면서 후보응모부터 선출까지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명시, 정치권과 정부부처의 간섭 및 낙하산식 인사를 차단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논공행상에 필요한 자리를 공기업에서 찾아야 하는데 사장추천위가 이를 막아버린 셈이어서 정치권의 반대도 예상된다.
늦어도 11월말까지 선임될 담배인삼공사 사장은 재벌회장이나 전문경영인, 기존 공기업 사장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최고경영자가 될 전망이다. 3년임기를 보장받으며 오로지 경영실적이 재선임여부의 관건이 된다.
지난 68년 이후 지난해말까지 민영화된 43개 공기업은 대부분 재벌그룹 계열사가 됐거나 정부가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하는 형태였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공기업을 민간소유로 넘기되 경영권은 재벌과 정부가 아닌 제삼자(계약사장)에게 넘기자는 게 정부복안이다.
그러나 은행장추천위 제도가 자율인사보다는 파벌싸움과 관치인사로 흐른 전례로 볼 때 사장추천위 제도도 유사한 길을 밟게 될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