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뛴다 下]특허따도 제품화 요원

  • 입력 1997년 4월 2일 19시 52분


24년간 수십억원을 쏟아부어 「공압식 엔진」을 개발한 ㈜에너진의 趙哲承(조철승)대표는 95년 한국 미국 일본 등 7개국에 특허출원을 해놓고도 생산자금을 구하지 못해 눈물겹게 뛰어다니고 있다. 공기의 압축력만으로 발전하는 이 개발품은 에너지관리공단 등으로부터 이미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귀에 못이 박힌 『담보를 가져오라』는 말에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가진 것이라곤 기술 하나뿐인 그에게는 「대출불가」판정이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려면 개발비를 비롯, 적어도 1년 이상 투자가 이어져야 하지만 벤처기업을 믿고 선뜻 밀어주는 투자자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사장) 통상산업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40.3%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창업시의 자금조달」을 꼽았다. 피땀어린 노력끝에 개발한 기술의 자산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 『기업이 부동산을 매입하면 자산으로 인정받지만 연구개발투자는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분류되지요. 벤처기업은 거액을 투자하고도 자산규모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기업공개가 어렵습니다』(金鮮烘·김선홍 벤처기업협회 연구기획실장) 녹산메딕(대표 林信助·임신조)은 2년전 국내 최초로 드레싱밴드와 서지밴드를 개발, 보건복지부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계설비비 1억원이 없어 아직도 상품화를 못하고 있다. 은행에 기술담보를 제공했지만 거절당했다. 은행에도 기술담보 대출제도가 있지만 기술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 우선 기술을 평가할 능력이 없다. 한국종합금융이 2일 기술력있는 벤처기업에 융자키로 한 것은 기술력만을 담보로 한 융자의 작은 시작일 뿐이다. 미국의 경우 에인절(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가 활성화해 있고 실패하더라도 그동안의 경험이나 기술을 살려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스라엘도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하고 2,3년간 창업을 보호육성하는 창업 인큐베이터 제도를 시행중이다. 최근 들어 우리 정부도 창업투자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하는 등의 지원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정부가 일정 부분 에인절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않다. 『요즘처럼 신용이 불안한 시기에 무조건 창업투자회사나 금융기관에만 책임을 미루는 것은 무리입니다. 정부도 일정부분 책임을 떠안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지요. 또 투자자와 벤처기업을 보호하는 신기술투자보험공사 등을 설립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유용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영이·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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