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소업체 지원커녕 회수에 열중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임규진·이원재기자] 『필요없다고 물리친 자금을 가져다 쓰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빼앗아 가는 건 무슨 경우입니까』 중견수출업체인 K사 L사장은 요즘 사채시장을 뛰어다니느라 금융권의 「횡포」에 어이없어 할 시간도 없다. K사는 미국업체와 기술제휴로 연3백억원에 이르는 매출의 90%를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도 30% 이상의 매출신장이 예상되는 알짜배기. 그런데 지난주 난데없이 생명보험사 파이낸스사 등 금융기관 5곳으로부터 『대출기한을 연장해줄 수 없으니 당장 돈을 갚으라』는 통고가 동시에 날아들었다. 지난95년 식사대접까지 해가며 돈을 꾸어다 쓰라던 금융회사들이 이처럼 하루아침에 등을 돌린 것은 한보부도 때문. 한보부도 이후 20일간 서울지역에서만 하루 평균 19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맥없이 쓰러지자 제2금융권이 중소기업대출을 기피, 한보와 거래관계가 없는 중소기업들까지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은행권도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에 소극적이긴 마찬가지. 한보채권단에서 확인해준 한보철강의 진성어음에 대한 일반대출조차 당초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그림의 떡」. C건재는 한보철강에 건축자재를 납품했다가 2억원의 부도어음을 안게됐다. 고생끝에 채권단에 진성어음임을 확인받아 지난10일 거래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으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으로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제일은행에서는 『추가 담보를 내놓으면 대출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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