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시절 서로의 연주 동경하며 영국 리버풀에서 처음으로 만나
비틀스 184곡 중 대부분 둘의 협업
밴드의 성공과 함께 관계도 변화… 해체 뒤에야 서로 이해하며 화해
◇존 앤드 폴/이언 레슬리 지음·정지현 옮김/668쪽·4만2000원·알에이치코리아
폴 매카트니(왼쪽)와 존 레넌.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비틀스 팬이나 평론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존이냐, 폴이냐’ 하는 대립 구도가 있다. 창조적이고 문학적인 재능을 지닌 ‘천재’ 이미지의 존 레넌과 냉철하고 분석적인 ‘범재’ 이미지인 폴 매카트니는 극과 극이었다.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비틀스 해체 직전엔 서로를 못 견뎌 하는 지경까지 갔다고 한다. 그러나 “비틀스의 핵심적인 재능은 폴과 존에게서 나왔다”는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말처럼 ‘존’ 없이 ‘폴’은 없었고, ‘폴’ 없이 ‘존’도 없었다는 게 진실에 가깝다.
레넌과 매카트니의 인간적인 관계를 심층적으로 다루며, 두 사람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우정과 경쟁, 창조성을 분석한 책이다. 두 예술가의 창작 동기와 감정 기복, 개인적 상처가 어떻게 음악에 반영됐는지 섬세하게 파고든다. 책의 각 장 제목은 비틀스의 노래 제목으로 돼 있다. 저자는 각 곡에 빗대어 ‘존 앤드 폴’의 인간적 면모, 내면적 심리를 엮어낸다.
두 사람은 10대 시절 영국 리버풀에서 서로의 음악 연주를 동경하며 처음 만났다.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난 매카트니와 가정사로 어머니와 함께 살지 못했던 레넌은 상실감을 공유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서로 아픔을 쉽게 드러내진 않았지만, 이러한 감정에서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책은 이처럼 성장 배경이나 일화를 통해 두 인물을 심리학적으로도 조명한다. 저자가 인간 심리와 소통을 다룬 음악 저널리스트라는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틀스가 발표한 184곡 중 159곡이 레넌과 매카트니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밴드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둘의 협업은 발전과 동시에 경쟁과 질투도 낳았다. 존이 폴의 감성적인 곡을 때때로 경멸하거나, 후반기 밴드 해체 과정과 맞물려 복잡해지는 관계를 저자는 비틀스에 관한 책과 인터뷰, 다큐멘터리, 팟캐스트 등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결국 존과 폴은 선의의 경쟁자이자 최고의 친구이며, 연인에 가까울 정도로 서로를 깊이 아끼는 사이였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밴드 해체 뒤엔 서로를 이해하며 화해하기도 했다. 저자는 “둘의 우정은 일종의 로맨스였다. 열정적이고 다정하며 격정적이었으며, 갈망으로 가득했고 질투로 흔들렸다”고 썼다.
“불안정하고 갈등으로 뒤얽힌 채, 광적으로 창조적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마치 결혼 같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관계의 틀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오랫동안 깊은 오해를 받았다.”
저자는 ‘투 오브 어스(Two of Us)’ 같은 곡은 미래에 대한 설렘이란 통상적인 해석과 달리, ‘예전의 우리’를 되찾으려는 노래였다고 봤다. 두 사람의 ‘우정의 편린’이란 설명이다. ‘헤이 주드(Hey Jude)’는 레넌의 아들인 줄리언에 대한 노래지만, 더 나아가 존을 포함해 마음이 꺾인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라고 분석했다. 비틀스의 수많은 명곡들이 좋은 음악에 그치지 않고, 두 역사적인 뮤지션의 삶과 감정을 담아낸 매개체였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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