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원숭이의 작은 손가락이 어미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다. 두 팔로 새끼를 받쳐 안은 어미의 표정에서는 온화한 사랑이 묻어난다. 12세기 제작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국보)’은 남아 있는 고려청자 가운데 흔치 않은 원숭이 모양으로, 몸통의 맑은 비색과 철채로 표현된 이목구비가 아름다운 작품이다.
청자기린유개향로이 연적은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에서 17일 개막한 기획전 ‘보화비장(葆華秘藏)’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전시는 근대 한국 미술시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장가 7인의 대표 수집품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려청자를 열성적으로 모은 영국 출신 변호사 존 갯즈비(1884~1970), 조선 서화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류한 위창 오세창(1864~1953) 등이 소장했던 작품으로, 국보 4건과 보물 4건을 포함해 총 26건을 선보인다.
김정희 초석단성추사 김정희(1786~1856)가 세상을 떠나던 해에 남긴 ‘대팽고회(大烹高會)’가 특히 눈길을 끈다. 추사의 글씨를 수집, 연구하는 데 매진했던 ‘조선의 마지막 내관’ 송은 이병직(1896~1973)이 소장했던 작품이다. 소박하고 편안한 예서체로 평범한 일상이 갖는 가치를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애국가 후렴구가 적힌 심산 노수현(1899~1978)의 그림 ‘무궁화’도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노수현 무궁화전시에선 개화기 수집가들의 취향과 방식까지 살펴 볼 수 있다. 김영욱 미술관 전시교육팀장은 “개화기엔 각종 전람회와 경매를 통해 고미술품이 활발히 유통되고 미술품 감상 문화가 확산했다”며 “소장가들은 골동상과 함께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며 각자의 취향과 안목으로 독자적인 컬렉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