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천재의 뇌-성직자의 뼈… ‘신체 일부’ 숭배한 인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9일 01시 40분


아인슈타인, 생전에 뇌 해부 우려
유명인 몸에 집착하는 심리 다뤄
나폴레옹-갈릴레오 등 사례 다양
◇고흐의 귀, 퀴리의 골수/수지 에지 지음·이미정 옮김/320쪽·2만2000원·타인의사유


유럽의 오래된 박물관이나 성당에는 대부분 성유물(聖遺物) 전시관이 있다. 성인(聖人)들의 것으로 알려진 손가락뼈, 넓적다리뼈 심지어 아래턱뼈 등 신체의 일부를 전시해 놓은 공간인데, 중세 유럽의 경우 유명 성인의 유해를 안치한 곳은 몰려드는 순례자들 때문에 지역 경제가 바뀔 정도였다고 한다. 성유물 하나 없는 곳은 보잘것없는 곳으로 치부됐기 때문에 교황청에서 유해를 조금씩 잘라 보내주기도 했다고 하니, 당시 신자들의 성유물 숭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분자생물학자이자 임상의학 전문가인 저자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유명한 사람들의 신체 일부를 소유하고 숭배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사회문화적으로 풀어냈다. 아인슈타인의 뇌, 나폴레옹의 음경, 갈릴레오의 가운뎃손가락, 최초의 여성 극지탐험가 프론치셰바의 잇몸 등 다양한 신체 일부가 등장하는데, 각각의 부위에 얽힌 사연도 함께 서술했다.

“아인슈타인은 죽고 나면 자기 머리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걸 잘 알았다. 그래서 자기 머리가 해부되거나 전시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이 사망한 지 몇 시간 만에 그의 머리가 사라졌다.”(4장 ‘아인슈타인의 도둑맞은 두뇌’ 중)

아인슈타인의 뇌는 부검의에 의해 240조각으로 잘려 실험되고, 일부는 미국과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보내졌다. 도대체 무엇을 알고 싶었던 것일까?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밝히기 위한 그들의 기괴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뇌 대부분이 비교 대상인 일반적인 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결론만 남겼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아인슈타인의 예처럼 불과 70∼80년 전까지만 해도 호기심 또는 주술적인 이유로 시체에서 신체 일부를 떼어내고, 보관하고 소유하는 일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관습은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에도 경제적 이득을 위해 신체 부위를 사고파는 암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원제 ‘Vital organs: a history of the world’s most famous body parts’

#성유물#신체 일부#아인슈타인#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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