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극복하고 KBS앵커 된 유튜버 허우령

  • 뉴시스
  • 입력 2023년 4월 29일 0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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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찾아온 장애는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을 가한다. 누군가는 장애로 꿈을 잃기도 한다.

여기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KBS 앵커로 데뷔한 유튜버가 있다. ‘우령의 유디오’ 채널을 운영하는 시각장애 유튜버 허우령(25)이다.

그는 2019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현재까지 시각장애인의 일상 브이로그와 시각장애인 관련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허씨는 후천적 요인으로 시각장애가 됐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오른쪽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으며, 중학교 입학 전에 왼쪽 눈까지 시력을 잃어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그는 ‘시각장애인이 될 줄 그땐 몰랐어요’ 영상에서 “실명하기 전날, 눈이 엄청 왔다. 어찌 보면 그날 봤던 눈이 내가 마지막으로 본 눈이었다”며 그가 시각장애인이 됐던 날을 회상했다.

친구와 놀고 집으로 돌아와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내던 그에게 갑자기 세상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며 시력을 잃게 된 것이다.

허씨는 “(친구와 놀고) 집으로 돌아와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 글자가 갑자기 뿌옇게 보였다. 몸 아픈 곳도 없고 잘 놀다 들어왔는데, 뭐가 문젠지 몰랐다”며 “다음날 정말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전날 봤던 눈이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 병원 측에 따르면 그의 증상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저 만성 염증성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한 것으로 추측해 치료를 이어 나갔다.

이렇게 그는 1년간 병원 생활을 이어가며, 스테로이드제 치료와 혈장 교환술 시술받았다. 현재는 시신경염이라는 병명으로 바뀐 상태다.

허씨는 당시 진행했던 치료들에 관해 “나의 병명이 명확한 것도 아니었고, 어찌 보면 불확실 속에서 했던 치료들이었다. 몸이 회복됐다가 재발하기도 하며 서너 번 입·퇴원을 반복했다”며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처럼 잘 살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계속 원인을 찾는 데만 얽매여 있다면 그건 어찌보면 실명을 했던 14살에만 머무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시각장애가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광주광역시 소재의 맹인 학교로 전학 가며 방송 아나운서라는 꿈을 꾸게 됐다. 그곳에서 현재 교제를 이어가는 남자친구를 만났다고 한다.

그는 시간이 지나 건국대학교에 입학하게 됐고, 아나운서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허씨는 2020년 게재한 ‘구독자 3만 기념 Q&A’영상에서 “간단하게 말하면 처음엔 아나운서가 되고 싶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서였다”며 “사람들이 장애를 멀게만 느끼는데,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영상의 댓글과 커뮤니티 글은 모두 내가 쓰고 있다. 아이폰의 글자를 읽어주는 보이스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면서도 “편집의 경우, 함께 일하는 피디가 맡아 해주고 있으며, 영상 콘티는 내가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안내견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또 겪게 된 안내견 식당 거부…’영상에서 과거 지인들과 한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방문했었지만, 안내견 동반 출입을 거부했던 자신의 경험을 언급했다.

장고의 노력 끝에 함께 음식점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결코 좋은 기억만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안내견은 시각장애인과 어디든 갈 수 있는 존재다. 이를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렇게 유튜브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던 그는 KBS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과 EBS1 ‘다큐 잇’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자신이 희망하던 아나운서의 꿈도 이뤘다. 그는 KBS 뉴스 장애인 앵커 합격 소식을 그의 채널에서 지난 3월31일 밝혔다.

그는 “응원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나의 꿈을 이뤘다는 게 사실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설렘도 많지만 책임감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허씨는 현재 KBS 뉴스 12의 생활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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