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과 눈 세상서 탄생한 이누이트 예술 “식민지배-강제이주 아픈 역사속 버팀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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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
창시 판화와 3, 4세대 작품 소개
“세계 미술사, 이누이트 예술 주목”

광주 이강하미술관에서 7일 개막한 ‘신화, 현실이 되다’전을 통해 이누이트 예술을 소개한 큐레이터 클레어 푸사르(왼쪽), 윌리엄 
허프먼. 뒤 벽면에 이누이트 예술가들의 여러 회화 작품이 걸려 있다. 광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광주 이강하미술관에서 7일 개막한 ‘신화, 현실이 되다’전을 통해 이누이트 예술을 소개한 큐레이터 클레어 푸사르(왼쪽), 윌리엄 허프먼. 뒤 벽면에 이누이트 예술가들의 여러 회화 작품이 걸려 있다. 광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캐나다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2500km 떨어진 작은 섬 웨스트배핀에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예술가 커뮤니티 ‘웨스트배핀 협동조합’이 있다. 이곳 구성원들은 흔히 ‘에스키모’라고 불리는 이누이트족이다.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곳에서 탄생한 웨스트배핀 협동조합의 예술 작품 90여 점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을 찾았다. 광주 남구 이강하미술관에서 7일 개막한 ‘신화, 현실이 되다’전을 통해서다. 이 전시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주한 캐나다대사관과 협업한 파빌리온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개막 하루 전인 6일 전시장에서 큐레이터 윌리엄 허프먼과 클레어 푸사르를 만났다. 허프먼은 웨스트배핀 협동조합의 큐레이터이며, 푸사르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누이트 예술 전문 큐레이터다.

전시는 이누이트 예술 창시자라 불리는 케노주아크 아셰바크의 판화 ‘해초 먹는 토끼’와 조각 ‘곰’으로 시작한다. 이누이트 예술은 1940년대 판화나 조각 등 공예품으로 캐나다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누이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1959년 웨스트배핀 협동조합이 설립돼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허프먼은 “이누이트 예술 커뮤니티와 협동조합의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아셰바크의 작품을 가져왔다”며 “나머지 작품은 최근 1년 동안 제작된 것으로 이들은 3, 4세대 이누이트 예술가”라고 소개했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 언급상을 수상한 슈비나이 아슈나의 작품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동물들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모습을 묘사한 ‘동물 시리즈―나의 아이팟과 함께’를 비롯해 여러 작품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누이트 예술이 식민 지배나 강제 이주 등 아픈 역사를 지닌 이누이트족에게 삶의 버팀목이 됐다고 평가한다. 아슈나 역시 NYT 인터뷰에서 “그림 그리기는 아스피린 같은 효과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90여 점의 작품에는 북극곰, 고래, 늑대 같은 동물이나 이누이트의 각종 신화를 비롯해 풍경과 일상 등 다양한 소재가 담겨 있다. 아이가 그린 듯 순수하면서도 시적이고 유쾌하다.

미술 학교가 없는 웨스트배핀에서는 협동조합이 곧 교육 기관이다. 이 때문에 예술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비슷한 스타일이 변주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허프먼은 “자식이 예술가가 된다 해도 반대하지 않는 몇 안 되는 곳”이라며 웃었다.

이누이트 예술이 주목받으면서 그간 유럽과 미국 중심의 작가와 작품 위주였던 미술사 연구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푸사르는 “(과거엔) 이누이트 예술이 어떻게 미술사를 따라갈지 걱정했다면, 지금은 미술사가 이누이트 예술을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9일까지. 무료.



광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광주비엔날레#캐나다 파빌리온#웨스트배핀 협동조합#이누이트 예술#에스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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