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라니, 여성에게 바친 ‘건강한 관능’과 연대

  • 뉴시스
  • 입력 2023년 2월 14일 01시 24분


코멘트
“각자의 이유로 저마다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바칩니다.”

13일 오후 서울 광장구 예스24 라이브홀. 미국 R&B 싱어송라이터 켈라니(Kehlani)가 LGBTQ 커뮤니티에 대해 한껏 존중을 표하고 대표곡 ‘허니(honey)’(2017)를 부르자 2000여명으로 가득 찬 객석은 더욱 뜨거워졌다.

“내 여자를 좋아해. 내가 꿀을 좋아하는 것처럼 달콤하게 / 작은 이기심과 함께 / 내 여자를 좋아해. 내가 내 돈을 좋아하는 것처럼 / 작은 질투심과 함께”(I like my girls just like I like my honey; sweet / A little selfish / I like my women like I like my money; green / A little jealous)

‘허니’는 켈라니의 성 정체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곡. 타자, 즉 남성의 시선을 원하는 미(美)가 아니라 서로의 시선으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향연이다. 그건 긍정의 여성주의를 꽃 피우는 일이기도 하다.

단독 공연으로는 처음이자 2018년 서울재즈페스티벌 이후 5년 만에 국내 팬들과 대면한 켈라니는 ‘건강한 관능’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사랑하는 관계에선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없으며, 세상이 강요하는 정상성에 반항하는 논리가 극단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 거칠게 외치지 않아도 그루브 넘치는 노래가 그 외침을 세련되게 대신 할 수 있다는 쿨함.

그건 이번 투어의 타이틀이자 작년에 내놓은 정규 3집 ‘블루 워터 로드(Blue Water Road)’에 담긴 메시지이기도 하다. 사랑의 의미를 묻고, 그 일을 통해 정체성을 탐구하는 이 음반들의 수록곡 다수를 라이브로 옮긴 무대는 하지만 마냥 진지하지 않았다.

원곡에서 캐나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피처링한 트렌디한 ‘업 앳 나이트(Up at night)’는 관객들의 신나는 떼창이 함께 했고, ‘눈야’(Nunya)(‘논 오브 유어 비지니스(None of Your Business)’의 줄임말)는 객석의 환호가 코러스를 만들어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무대 위 붉은 조명이 면도날처럼 무대를 가로지른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 OST인 ‘갱스터(Gangsta)’ 무대는 매혹을 보듬었다.

그렇게 이날 무대는 끈적하지만 눅눅하지 않았고, 사랑에 대해 갈구했지만 탐욕적이지 않았다. “당신들의 사랑이 특별한 이곳으로 날 다시 이끌었다”고 고백하는 켈라니의 모습은 사랑스러우면서도 당당했다. 그렇게 켈라니의 이날 공연은 세상의 잣대에 답답함을 느낀 이들의 숨통을 터주는 건 물론 연대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켈라니의 모습이 새겨진 태극기를 비롯 그녀는 팬들이 자신을 위해 가져온 선물을 무대 위에서 감사히 받고 그 기쁨을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눴다.

2층에서 켈라니의 무대를 지켜보던 힙합가수 겸 프로듀서 박재범은 공연 막바지 스페셜 게스트로 무대 위에 등장했다. 켈라니에게 대신의 대표곡 ‘몸매’ 안무를 알려준 뒤 상의를 탈의한 채 그녀와 합동 무대를 꾸몄다. 박재범의 몸매는 훌륭했고 춤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스탠딩석 앞부분을 가득 채운 상당수 여성 관객들은 켈라니에게 포커싱을 맞춘 채 크게 환호했다. 객석엔 힙합 R&B 가수 윤미래, 그룹 ‘있지(ITZY)’ 멤버 리아 등도 눈에 띄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