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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파산 직전 눈앞에 거액의 돈과 시신이 나타났다

입력 2022-08-18 10:19업데이트 2022-08-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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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모범가족’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 ‘모범가족’은 주인공 가족이 얼마나 모범적이지 않은지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대학교 시간강사 동하(정우)는 교수가 되겠다며 어린 아들의 심장수술비를 뇌물로 줬지만 교수도 되지 못하고 돈도 다 날린다. 온갖 빚을 끌어 쓰던 가족은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다. 아내 은주(윤진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교수 자리만 고집하며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남편에 지쳐 이혼을 요구한다. 중학생 딸은 나쁜 길로 빠진다. 겉으로는 교통 범칙금 한 번 낸 적 없는 법 없이도 살 남편과 똑 부러지는 아내가 만든 모범가족 같지만 실제로는 부스러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가족이었던 것.

‘모범가족’을 연출한 김진우 감독은 최근 화상인터뷰에서 “외부에서 모범가족이라고 평가받는 가족의 실제 모습이 그렇지 않은 데는 가족간의 소통 부재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이들 가족이 겪는 문제를 사실적인 우화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10부작인 드라마는 1부 초반부터 동하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몬다. 한적한 도로 차량 안에서 절망에 몸부림치던 동하의 차 뒤를 다른 차가 들이받는다. 문제의 차엔 산 사람은 없고 시신 두 구와 거액의 돈이 실려 있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동하는 돈을 모두 챙긴다. 시신은 집 마당에 파묻어버린다. 이 돈은 동하는 물론 동하가족을 더 깊은 수렁으로 내몬다. 문제의 돈은 마약 조직의 검은 돈이었다. 동하와 가족들은 마약조직 2인자 광철(박희순) 등의 추격에 목이 죄이는 신세가 된다.

김 감독은 주인공들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면서도 정작 음악은 긴박한 상황과 정반대인 컨트리풍의 서정적인 음악을 사용했다. 음악으로 불안감을 고조시키던 기존의 한국 범죄스릴러물들과 차별화되는 지점. 김 감독은 “음악이 배우들 연기보다 앞서가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특정 감정을 몰아붙이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발 떨어져 상황을 관조하는 듯한 담담한 음악은 시청자들이 극중 인물들과 그들의 심리에 한층 더 몰입하게 만든다.

범죄조직이 시리즈의 주요 축을 담당하지만 이들을 폼 나지 않게 그린 점도 돋보인다. 이들의 액션은 지극히 사실적이고 대화나 행동에도 허세가 없다. ‘생활 밀착형’ 조폭에 가깝다. 김 감독은 “조폭의 외형에 집중하면 조폭만 보일 뿐 사람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며 “사람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희순 역시 힘을 뺀 연기로 광철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긴장감을 10부까지 이끌어가는 일등공신은 배우 정우다. 그는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로 얼굴 근육이 마구 떨리는 연기를 선보이는 등 ‘벼랑 끝 동하’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유약한 가장을 표현하기 위해 5kg 가까이 감량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화상인터뷰에서 “동하가 겪는 상황을 두고 어디선가 봤을 법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 전형적인 상황을 제대로 납득시키는 건 배우의 섬세한 연기와 감정일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는 진짜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정성을 쏟았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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