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같은… 도형과 원색의 향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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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 내한
대구미술관서 국내 최초 개인전
설치-회화 등 작품 29점 선보여… 6m짜리 사면체-원기둥 등 배치
“어린아이 놀이처럼 작품 관람”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아래 왼쪽 사진)의 대형 설치작품 ‘어린아이의 놀이처럼’(2014년·위 사진)은 104개 모듈이 
미술관 내에서 완벽한 대칭으로 장관을 이룬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이 작품을 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 뷔렌의 작품은 관람객이 보는
 시선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뷔렌은 2층에서 이 작품의 전체 경관과 윗면을 보라고 권했다. 대구미술관 제공 ⓒDaniel 
Buren-ADAGP Paris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아래 왼쪽 사진)의 대형 설치작품 ‘어린아이의 놀이처럼’(2014년·위 사진)은 104개 모듈이 미술관 내에서 완벽한 대칭으로 장관을 이룬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이 작품을 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 뷔렌의 작품은 관람객이 보는 시선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뷔렌은 2층에서 이 작품의 전체 경관과 윗면을 보라고 권했다. 대구미술관 제공 ⓒDaniel Buren-ADAGP Paris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20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건물 외벽에 원색의 필름으로 띠를 두른 듯한 설치작품 ‘한국의 색’은 정말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이후 작업에도 큰 영감을 줬죠. 한국 관객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설렙니다.”

세계적 거장인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84)이 말했다. 그는 대구미술관에서 12일부터 열리는 개인전 ‘다니엘 뷔렌’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국내 국공립 미술관에서 처음 개최되는 뷔렌의 개인전으로 설치, 회화 등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대구미술관에서 11일 만난 뷔렌은 “이번 전시를 위해 대구미술관에서 약 일주일간 머물면서 작품의 공간과 관계성을 따지며 설치를 고민했다”며 “대구미술관은 전시를 위한 공간이 넓고 구조적으로 자유롭고 유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시작부터 즐거운 자극을 준다. 미술관 내 거실 같은 공간인 ‘어미홀’에 들어서면 대형 설치작품 ‘어린아이의 놀이처럼’(2014년)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시아권에선 처음 선보이는 이 작품은 블록 쌓기 놀이에서 영감을 받았다. 최대 6m 높이의 사면체, 정육면체, 원통형, 피라미드 모양의 모듈들이 대칭적으로 배치돼 있다. 관람객은 그 사이를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마치 가상의 게임 공간을 걷는 느낌을 받게 된다. 뷔렌은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은 돌아다니면서 작품을 각각 다른 각도에서 관람할 수 있다. 위층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뷔렌이 제작한 자신의 자서전과 같은 다큐멘터리 ‘시간을 넘어, 시선이 닿는 끝에’(2017년)도 상영된다. 영상은 총 6시간이 넘지만 뷔렌의 전체 작품 중 7%밖에 담지 못했다. 뷔렌이 얼마나 도전적이고 많은 작업을 한 작가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거울이 등장한다. 뷔렌은 1990년대부터 작품에 거울을 사용했다. 거울 중앙에 큐브가 튀어나와 붙어 있는 작품 ‘더블 블루 육면체, 위치 작업, 고부조 서울 13’(2015년)이 대표적이다. 뷔렌에게 거울은 작품이 놓여 있는 장소를 확대하거나 변형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특별한 도구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줄무늬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뷔렌은 줄무늬를 ‘시각적 도구’라 불렀다. 줄무늬 회화 작업인 ‘2개의 구성요소(L3-L4), 위치 작업’(1982년)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줄무늬를 공간에 전략적으로 배치시키면서 관람객의 시선을 빼앗는다. 그냥 줄무늬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하나의 풍경으로 보인다. “예술은 포장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한 뷔렌의 철학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동그라미, 네모, 마름모 등 기본적이고 단순한 도형을 사용한다. 색 역시 빨강, 초록, 주황, 노랑 등 원색을 주로 사용한다. 그는 “모든 형태나 색상은 소재로서 다 동등하다. 그것들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느냐는 관람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29일까지, 1000원.


대구=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도형과 원색#뷔렌#대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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